‘전설의 마녀’ 네 여자의 파란만장한 전설(湔雪)이 시작되다

[MBN스타 금빛나 기자] 살인과 주가조작, 사기, 살인 미수 등 죄목도 다양하다. 저마다 억울하고 아픈 사연을 가지고 수감된 네 명의 마녀들이 공공의 적인 신화그룹을 상대로 설욕에 나선다는 MBC 새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가 26일 첫 포문을 열었다.

첫 시작부터 강렬했다. ‘전설의 마녀’는 횡령이라는 죄목으로 푸른색 수의를 입은 수인(한지혜 분)이 한국여자교도소 10번방에 들어서는 모습으로 시작을 알렸다. 수인의 머물 수용소에는 이미 세 명의 여인이 복역하고 있었다. 살인죄로 30년 복역 중인 복녀(고두심 분)와 화려한 사기전과의 풍금(오현경 분) 그리고 살인미수죄의 미오(하연수 분)가 그 주인공.

“난 한국여자교도소의 섹시심벌”라는 소개를 마친 풍금은 수인을 넘어뜨렸고, 그로 인해 수인이 정신을 잃으면서 드라마의 시간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 사진=전설의 마녀 캡처

이들이 교도소에서 모이기 1년 전, 서로 물고 물리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었다. 신화그룹의 맏며느리 수인은 남편인 도현(고주원 분)이 갑작스러운 헬기 추락사고로 죽으면서 하루아침에 남편 잡아먹은 팔자 사나운 과부가 되고 만다. 고아에 지방 대학 졸업, 그리고 평범한 외모까지 수인의 어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태산(박근형 분)은 아들인 도현이 죽자마자 대놓고 수인을 괄시하며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미오 역시 신화그룹과 깊은 연을 맺고 있었다. 태산(박근형 분)의 둘째 아들 도진(도상우 분) 사이에서 아이를 임신했지만, 이 사실을 알리자마자 도진에게 버림받게 됐기 때문이다. 자신을 피하는 도진과 자신을 꽃뱀 취급하는 앵란(전인화 분)에 화가 난 미오는 도현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이들과 별개로 교도에서 30년 만에 외출을 하게 된 복녀는 너무나도 바뀐 세상에 크게 놀란다. 오랜만에 탄 버스로 멀미를 느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복녀에게 접근한 주인공은 바로 풍금이었다. 복녀를 돈을 뜯어내기 쉬운 타깃으로 판단한 풍금은 온갖 달콤한 말들로 복녀에게 비싼 액기스를 팔기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돈 없고 시간조차 없는 복녀에게 아무 소용없었다. 그럼에도 사기를 성공시키기 위해 풍금은 애를 쓰고, 그 순간 복녀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그를 급하게 응급실로 데리고 간다.

복녀와 풍금은 표면적으로 신화그룹과 큰 연관은 없어보였지만, 복녀가 신화그룹의 회장 태산의 본처 단심(정혜선 분)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설정이 된 만큼, 이들 사이 얽히고설킨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높였다.

↑ 사진=전설의 마녀 캡처

첫 회인 만큼 ‘전설의 마녀’는 각 캐릭터 소개에 집중했다. 어느 하나 평범한 인물이 없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이목을 제일 먼저 사로잡은 주인공은 바로 풍금 역의 오현경이었다. 앞서 전작인 ‘왕가네 식구들’에서 철없는 푼수 수박 역으로 열연을 펼쳤던 오현경은 더욱 얄미운 사기꾼 풍금으로 돌아왔다. “무슨 인사가 그 따위로 짧아. 눈깔아. 이곳은 군대 못지않게 상명하복이 중요한 곳이다. 선배한테 대들지 마라”는 풍금의 윽박이 얄미울 정도로 잘 소화한 오현경은 첫 등장만으로도 ‘최고의 캐스팅’이라 불릴 정도로 밉상 캐릭터를 맛깔나게 연기하며 자칫 칙칙해 질 수 있는 극에 활기를 더했다.

한지혜는 자신의 장기인 ‘밝고 긍정적인 주인공’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직 시작인만큼 계속된 눈물바다로 특유의 매력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유독 MBC와 호흡이 잘 맞아 ‘시청률 퀸’으로 불렸던 만큼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고두심 역시 두드러지는 감정표현은 하지 않았으나 눈빛만으로도 억울함 많은 복녀의 삶을 시사했으며, 지상파 드라마에 처음 도전하는 신인배우 하연수는 선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연기를 이어나가며 ‘기센 네 여자’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전설의 마녀’는 작년 ‘백년의 유산’의 인기를 만들어낸 구현숙 작가와 주성욱 PD, 그리고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가 의기투합해 만든 신작이다. 장례식장에서 미오를 꽃뱀이라고 말하며 뺨을 때리는 앵란이나 수인을 대놓고 인신공격하는 태산의 모습 등 다소 자극적인 설정으로 ‘막장의 기운’을 스멀스멀 풍기기는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캐릭터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남기며 흔한 막장드라마로 흘러가지 않을 것임을 알렸으며, 무엇보다 작가와 PD, 배우까지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이들이 만난 만큼 이들이 들려줄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냈다.

한편 저마다 억울하고 아픈 사연을 갖고 교도소에 수감된 네 여자가 신화그룹을 상대로 유쾌 상쾌 통쾌한 전설(湔雪, ‘설욕’을 의미)에 나서는 내용의 ‘전설의 마녀’는 매주 토, 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