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슈틸리케호의 첫 시험이 끝났다. 1승 1패. 파라과이를 2-0으로 이겼고 코스타리카에게 1-3으로 졌다. ‘A+’는 아니더라도 높은 평가를 주기에 충분했다.
의심의 눈초리도 없지 않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온 뒤 한국축구는 ‘긍정의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더 발전된 팀을 만들겠다”던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대로 희망과 기대감을 심어줬다.
애초 하나하나 꼬집어 평가할 수는 없다. 준비기간은 짧았다. “완벽한 축구를 추구한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을 선수들이 완벽히 이해하고 실천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힘들었다. 때문에 파라과이전과 코스타리카전 경기력과 관련해 이래라 저래라 말하는 건 무의미하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슈틸리케호를 좀 더 믿으면서 기다려줘야 한다.
↑ 한국은 10월에 치른 A매치 2연전에서 파울 20개를 기록했다. 경고는 파라과이전 전반 24분 한국영(사진)이 유일했다. 사진(천안)=김영구 기자 |
한국은 코스타리카전에서 90분 동안 파울 7개만 기록했다. 전반 24분 장현수(광저우 부리)의 파울 이후 한국 선수들은 참 착했다. 후반 22분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파울을 범할 때까지 40분 넘게 단 1개의 파울도 기록하지 않았다.
‘매너’ 있게 플레이하는 건 중요하다. 모든 국제경기에서 시작 직전 양국 국기에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 페어플레이기가 먼저 그라운드에 등장한다. 동업자 정신을 강조하면서 깨끗한 축구를 약속하는 것이다. 파울이 많은 경기는 매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적당한 ‘선’이라는 게 있다. 평가전에서 파울이 적다고 해서 FIFA로부터 페어플레이상을 받는 게 아니다.
불필요한 파울은 줄여야 하나 상대의 흐름을 끊는 지능적인 파울도 중요하다. 승리를 위해 필요한 요소다. 한국은 코스타리카전에서 파울을 너무 아꼈다. 코스타리카는 한국과 다르게 상당히 투쟁적이었다. 파울이 22개였다. 한국보다 3배 더 많았다.
비단 코스타리카전만이 아니다. 파라과이전에서도 한국은 파울 13개(파라과이는 17개)를 기록했다. 전반 24분 한국영(카타르SC)의 경고 이후 20분 넘게 파울은 없었다. 후반 들어 파라과이의 반격이 거세지면서 9개를 범했다.
경기를 지연시키지 않으면서 실제경기시간(APT·Actual Play Time)을 늘려, 슈틸리케호라는 상품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건 ‘이기는 축구’다. 그
슈틸리케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을 마친 뒤 “우리 선수들은 너무 점잖게 플레이를 펼친다. 수비진은 1대1 싸움에서 너무 떨어져 있어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보다 타이트하게 붙어서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좀 더 터프해질 필요가 있다. ‘순한 양’이 꼭 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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