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이제 거의 구경꾼이 됐다. 올 시즌 내내 팀 기여도가 극도로 떨어졌고, 최근 전력에서 배제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전(前) 마무리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의 이야기다. KIA의 올 시즌 외인 마무리 카드는 결국 철저한 실패로 끝났다.
KIA는 11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선발 임준섭의 호투와 이대형, 브렛 필의 맹타를 앞세워 5-4로 승리를 거두고 최근 5연패서 탈출했다. 전반기라면 당연히 등판했을 어센시오는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KIA는 5이닝 3실점을 기록한 임준섭에 이어 임준혁(1이닝)-최영필(2이닝)-심동섭(1이닝)이 차례로 나서 경기를 매조졌다.
↑ 이제 남은 건 이별 뿐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이제 완전히 방관자가 된 어센시오는 결과적으로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다. 12일 오전까지 어센시오가 거둔 성적은 46경기 등판에 4승1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4.05다. 타고투저였던 올해와 역시 수난을 겪었던 다른 마무리 투수와 비교하면 외견상 성적은 그리 처참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셋업맨 한현희(넥센), 이동현(LG), 안지만(삼성) 보다 오히려 더 적은 27번의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무려 7개의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블론세이브는 최다 2위. 세이브 성공률은 7할4푼1리. 20세이브 이상 투수 중 가장 나쁜 기록이다.
거기에 마무리 투수 중 가장 적은 수준의 16명의 주자만을 이어 받았음에도 그 중 9명을 들여보내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주자를 승계 받은 경우는 절반이 넘게 실점을 허용했다는 뜻이다. 터프세이브는 단 1개. 엄청난 보호를 받았지만 위압감은 물론 안정감도 없는 투수였던 셈이다. 사실 어센시오는 KIA불펜에 대안이 충분했다면 절대 마무리로 나설 수 없었던 수준의 투구들을 여러차례 펼쳤다.
시즌 초의 기대치에 비교하면 초라한 결과다. 올 시즌 전 KIA는 야심차게 어센시오를 데려왔다. KIA를 제외한 8개 구단이 2명의 선발 외인투수와 1명의 외인타자를 영입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최근 몇 년간 지독한 뒷문 부진에 고전했던 KIA였기 때문. 하지만 어센시오는 결국 비효율의 극치였다. 3명 보유 2인 출전이라는 현 규정상, KIA는 시즌 초 외인투수가 등판하는 날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을 쓰지 못했다. 애초에 감안하고 데려온 선택이었으나 필이 맹타를 휘두르고 어센시오가 부진하면서 그 아쉬움은 점차 커졌다. 결국 시즌 중 교체된 데니스 홀튼이 등판하는 날은 어센시오가 나서지 않는 경기가 점점 늘어갔다.
이후 필이 부상을 당하면서 잠시 강제적으로 교통정리가 됐지만 복귀한 이후 거기에 더해 대체 외인 저스틴 토마스가 합류하면서 어센시오의 자리는 다시 애매해졌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기용 방법등을 두고 구단과 갈등을 빚었고, 팀 분위기와 전혀 무관하게 개인적인 입장만을 고수했다. 시즌 초부터 어센시오는 1이닝 초과 등판에 대해 난색을 보였다. 자신의 몸 상태를 문제로 들며 등판을 꺼리는 통에 어센시오의 활용도는 점점 떨어졌다.
이후 어센시오의 1이닝 이상 등판은 점차 늘었지만 이번에는 세이브 상황 자체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 KIA가 승기를 잡지 못하는 경우들이 자주 발생했기에 어센시오가 개점휴업을 하는 날들이 부지기수였다. 특히 7월에는 단 6경기 밖에 나서지 않았을 정도였다. 거기에 세이브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 태업성 투구를 하는 모습도 보이면서 팀내 신망을 잃었다.
활용도가 극히 떨어지고 안정감마저 부족한데, 경기장 안팎에서도 문제가 있던, 그런 어센시오 마저도 내칠 수 없었던 것이 KIA의 슬픈 현실이었다.
그렇지만 결정과정부터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던 선택이다. 거기에 심동섭이 뒤늦은 마무리 전환 이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까지 감안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 외인 마무리 카드.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들의 공통점은 든든한 외인 선발 투수의 존재다.
아이러니한 현실은 불펜만 보강하면 마운드는 충분하다고 시즌 전 호언장담했
[on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