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개그맨 이경규가 5년 만에 MBC로 돌아왔다. ‘양심냉장고’ ‘이경규가 간다’와 같이 그의 특기였던 공익예능을 들고 말이다. 체험예능과 같이 극 리얼버라이어티가 사랑을 받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판도에서 이경규표 공익예능프로그램 ‘국민고충해결단-부탁해요’(이하 ‘부탁해요’)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바쁜 현대인들이 누리지 못하고 있는 권리를 찾아주고 국민이 웃을 수 있도록 더 밝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국민고충해결단의 이야기 MBC 파일럿 예능프포그램 ‘부탁해요’가 2일 전파를 탔다.
첫 회 국민고충해결단(이하 ‘고충해결단’)으로 만난 이들은 이경규와 배우 이덕화, 개그맨 유상무, 그리고 걸그룹 씨스타의 보라였다. 첫 만남의 어색함 속, 이들이 처음 해결하게 된 사연은 다세대 주택에서 500마리가 넘는 닭들과 함께 동거하는 부부의 이야기였다.
처음 이와 같은 500마리 닭이 거주하는 가정집 사연을 접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고충해결단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눈을 돌리는 곳마다 닭들이 지천이고, 여기저기 날리는 닭털과 닭똥 냄새로 진동하는 등 그야말로 난장판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부의 사연을 귀담아 듣게 된 고충해결단은 즉시 고민해결에 들어갔다. 주민과 부부를 위해 닭이 있던 농장 비닐하우스를 리모델링해 닭의 안락한 안식처를 만들어 준 것이다. 이후 가정집에서 살았던 500마리의 닭들은 농장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닭을 사랑하는 부부는 물론 주변 이웃들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해 내며 마무리 했다.
두 번째 고충해결은 ‘무단횡단 줄이기’였다. OECD 국가중 무단횡단 사고 1위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무단횡단근절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고충해결단은 강남, 서대문, 중구의 현장을 3원 생중계를 연결해 각 지역 구청장과 함께 대한민국 무단횡단의 실태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후 이들은 각 구청장들의 도움을 받아 ‘무단횡단 근절 캠패인’을 벌이게 됐고, 캠패인을 벌인 후 한달사이 무단횡단 률이 반으로 줄어드는 놀라운 결과를 도출해 시청자들에게 훈훈한 미소를 전해주었다.
‘부탁해요’는 제작 당시부터 과거 쇼 예능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MC계의 전설 이덕화와 버라이어티계의 거장 이경규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프로그램이다. 과연 과거 MBC예능에 큰 획을 그었던 이들의 만남은 빛이 났다. 드라마 ‘비밀’ ‘호텔킹’ 등의 작품에서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이덕화는 ‘부탁해요’를 통해 익살스러우면서도 애교 많은 고민해결단의 면모를 보여주며 반전의 면모를 드러냈다. 천하의 이경규도 단번에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건 너무했징”과 같은 애교를 넘나드는 이덕화의 활약은 자칫 교양으로 흐를 수 있는 ‘부탁해요’에 재미를 더했다.
이경규 또한 괜히 이경규가 아니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양심냉장고’나 ‘이경규가 간다’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과거 정지선 지키기, 신호등 지키기 등과 같이 기본적인 규범을 쉽게 어기는 현 대한민국의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동시에 이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들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시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부탁해요’ 역시 이와 같은 이경규표 공익예능의 계보를 잇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첫 회라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경규의 노련한 진행은 다음회를 기대케 했다.
물론 ‘부탁해요’가 정규프로그램으로 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분명히 보였다. 일반인들의 고충을 다루는 프로그램인 만큼 ‘부탁해요’는 그 소재사용에 있어 세심한 주의와 수위조절이 가장 필요해 보였다. 닭을 사랑하는 부부의 이야기는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남에게 폐를 끼치는 가정으로 비춰질 여지가 얼마든지 있었다.
게다가 중복소재 사용과 이로 인한 신선함 부족도 ‘부탁해요’의 과제로 남았다. 이들 부부는 작년 닭을 너무 좋아해서 고민이라는 딸의 사연으로 KBS2 예능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 출연했던 것이다. 물론 ‘부탁해요’는 조금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에 접근했다는 것이 달랐지만, 중복 소재 사용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부탁해요’는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