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서울노인영화제 측은 수많은 상영작 중 몇 개를 엄선해 추천했다.
↑ 사진=홈페이지 캡처 |
최진영, 김영수가 메가폰을 잡은 ‘낙원동’. 보수단체 회원인 김만복은 군복을 입고 집회에 나가 일당을 받기도 한다. 집회를 마치고 국밥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젊은 커플과 싸움이 붙는다. 그 후 김 노인이 들른 곳은 낙원상가. 4층으로 올라간 김 노인은 담배를 태우는 젊은 여성을 발견하고 시비를 건다.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한 남자의 말에 버럭하며 등장한 김 노인과 “너희는 천년만년 젊을 것 같냐. 안 죽을 것 같냐”고 발끈하는 김 노인의 말이 노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평화롭고 한적한 낙원상가의 모습을 담아 전체적인 분위기는 평온하다. 담배를 태우는 여자에게 다가가 괜히 시비를 거는 김 노인은 보수적이지만, 우리 사회의 노인의 모습이며 마지막 그 여자에게 담배를 빌리는 모습으로 잠깐의 웃음도 선사한다.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제정모가 메가폰을 잡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이 잘 묘사됐다. 청년들이 지하철에서 노인들에게 양보하며 훈훈하다. 그러나 노약자석이 아닌 일반자석에 앉은 노인을 시작으로 전체적으로 무거워진다. 노인 앞에 한 청년이 나타나 다소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열차 안 승객들의 시선이 노인에게 쏠리는 듯하다. 결국 쓸쓸히 노약자석으로 이동하는 노인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씁쓸하다.
◇ 어느 할머니의 80년 오월이야기
국승임이 메가폰을 잡은 ‘어느 할머니의 80년 오월이야기’. 젊은 시절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겪은 80년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한 평범한 주부가 평범한 시선에서 80년 광주민주항쟁을 다루고 있어 편하다. 다소 어둡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평범한 주부의 입을 빌려 진실을 고하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남편이 직장에 나가고 총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자식들과 집에 남아있기에 두려웠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내레이션 한 구절이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끔찍한 일이 진실 되게 전해지길 바란다”는 바람을 담아 이야기를 마쳐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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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섭이 메가폰을 잡은 ‘발자국’. 중장년세대의 정년퇴직 등 사회로부터 밀려나 고뇌하는 이야기다.
이 사회 가장이라면 누구나 겪는 정년퇴직 문제를 다뤄 의미가 깊다. 특히 발자국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며, 걷는 이의 발걸음에 따라 장면이 전환돼 몰입도를 높인다. “갑자기 갈 곳을 잃었다”는 내레이션이 정년퇴직을 은유적으로 다루고 있어 뭉클하다. 한 가장의 문제만이 아닌 가족 모두의 문제이기도해 가볍게 즐길 수만은 없는 작품이다.
◇ 동행
황민아가 메가폰을 잡은 ‘동행’. 50평생 부부로써 함께 살아오신 나의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6년 전 발병한 치매와 합병증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나의 가족이 거처하고 있는 집 근처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같은 요양병원에 살지만 서로 만날 수 없는 나의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를 위해 나는 가족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다큐로 제작되어 사실적이다. 부부이고 한 병원에 있지만 따로 층을 쓰는 노인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한다. “부부로써 오래 못 보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으며 층이 나누어져 있는 요양병원과 함께 방을 쓸 경우 가격이 더 비싸지는 요양병원의 문제점 아닌 문제점을 알리는 듯하다. 또 “내가 나이가 들어 요양병원에 가면 오지마”라고 자식에게 미리 당부하는 부모의 모습이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 일등급이다
이정호가 메가폰을 잡은 ‘일등급이다’. 자식에게 신세지는 게 싫어 요양원에 들어가려는 김 노인, 요양원 등급 심사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 김 노인은 절친인 박 노인에게서 치매연기를 전수 받는다. 과연 김 노인은 1등급을 받고 요양원에 들어 갈 수 있을까.
치매연기를 전수받는 김 노인의 모습이 웃음을 안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식에게 짐을 덜어주기 위한 부모의 애정이 담겨 웃을 수만은 없다. 소싯적 꾀병연기가 치매연기로 이어지며 일등급을 받은 박 노인의 “내가 한우야, 뭐야?”라는 버럭은 웃프다.(웃기고슬프다) 큰 틀은 일등급받아 요양병원 가기지만, 자나 깨나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이 뭉클하고 교훈을 안긴다.
↑ 사진=홈페이지 캡처 |
최종순이 메가폰을 잡은 ‘신봉청춘뉴스’. 전북 완주군 용진면 신봉마을을 소개하는 작품. 동네 소식을 뉴스형식으로 제작됐다. 마을 어르신이 직접 앵커, 기
조금은 어설프지만 야무지게 신봉마을을 소개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재기발랄하다. 무엇보다 두 앵커의 호흡이 재미있고, 애정이 담긴 마을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어 마치 ‘6시 내 고향’을 보는 듯하다. 앵커와 기자 역도 무난하게 소화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