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앞의 세 경기와 다르다. 네 경기가 될 수도 있고 한 경기가 될 수 있다.
토너먼트 특성상 한 번의 패배는 곧 ‘끝’을 의미한다. 강팀이 약팀에게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미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최다 우승국인 이란이 조별리그 탈락하는 최대 이변이 발생하기도 했다.
발을 헛디디면 안 되기에 한국도 긴장하고 있다. 토너먼트 첫 판이다. 하필 상대도 홍콩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 수 아래다.
그런데 홍콩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자가 김판곤 감독이다. 한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도자다. 김판곤 감독은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 사냥에 나선 조국을 괴롭히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홍콩은 조별리그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비긴 경험도 있다.
↑ 1986 서울아시안게임에서도 토너먼트 첫 경기는 고비였다. 승부차기 끝에 이란을 이겼다. 이후 매번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진땀을 흘려야 했다. 사진(안산)=천정환 기자 |
하지만 1차 목표 달성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광종 감독은 A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걸 목표로 삼았다. 훈련 기간 부족에 따른 불완전한 경기력 및 조직력을 서서히 키워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시점이 토너먼트였다. 이제부터 달라지면서 치고 나가면 된다.
토너먼트다. ‘패배=탈락’이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카운트어택을 맞으면, 자칫 최악의 시나리오로 펼쳐질 수 있다. 태극전사들은 토너먼트 들어 고비가 올 것이라며 단단히 대비하고 있다. 지난 28년 동안 금메달은커녕 결승 무대도 밟지 못했던 건 ‘한방’에 당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토너먼트 첫 경기다. 한국에겐 항상 첫 고비였다. 아시안게임 토너먼트 첫 경기를 마음 편하게 치른 경우가 많지 않았다. 2006년 도하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각각 북한(8강)과 중국(16강)을 3-0으로 완파했다.
그러나 그 전에는 달랐다. 가장 불운했던 2002년 부산 대회 8강에서 이동국의 페널티킥 결승골로 바레인에 1-0 승리를 거뒀다. 1998년 방콕 대회에서는 토너먼트 첫 판에서 태국에게 충격패를 했다.
1990년 베이징 대회와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도 첫 고비를 넘겼지만 진땀승이었다. 쿠웨이트(1990년)와 일본(1994년)을 3-2로 힘겹게 따돌렸다.
가장 최근 금메달을 땄던 1986년 서울 대회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게 토너먼트 첫 경기인 8강이었다. 1-0으로 앞선 후반 39분 이란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가시밭길을 걸었다. 1-1로
지난 두 번은 편안했다. 그러나 그 후 펼쳐진 길은 평탄치 않았다. 아주 험난했다. 이번 인천 대회도 다르지 않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우세하나 홍콩은 얕잡아 볼 수 없는 상대다. 첫 고비다. 이 고비를 잘 넘겨야 8강, 준결승, 결승에서도 찾아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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