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아시안게임의 야구 영웅은 많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영웅으로 이승엽(38‧삼성 라이온즈)을 꼽는다. 이승엽은 한 번도 실망을 시키지 않았다. 절실하고 중요할 때 한 방을 터뜨렸다. 왜 그가 ‘국민타자’인지 인증한 경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류중일호에는 이승엽이 없다. 후배들을 위해 태극마크를 고사했다. 대신 이승엽은 아시안게임 기간 마이크를 잡고 KBS 야구 해설위원으로 변신한다.
이승엽의 공백. 물론 크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승엽을 붙잡고 있을 수 없다. 이젠 박병호가 맡을 차례다. 이번 대표팀 주장 완장도 찼다. 4번타자도 역시 박병호의 붙박이 자리다.
↑ 야구대표팀 4번타자 박병호가 지난 18일 잠실구장서 가진 LG 트윈스와의 최종 평가전서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여유 넘치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사진=김영구 기자 |
박병호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그만큼 부담도 많다. 지난 18일 잠실구장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최종 평가전. 박병호는 4번타자로 나서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반면 앞뒤 타선인 3번 나성범과 5번 강정호는 펄펄 날았다. 클린업트리오 가운데 박병호만 침묵했다.
나성범은 역전 만루 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 4타점을 폭발했고, 5번 강정호가 3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부상 후유증을 털어냈다. 박병호로서는 씁쓸한 최종 평가전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박병호는 상대 팀들의 경계 대상 1호로 꼽힌다. 쉬운 공이 들어올 가능성이 적다. 박병호 효과로 나성범과 강정호에게 더 좋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 존재 이유가 된다.
박병호는 안타를 많이 치지 않아도 된다. 2번 손아섭과 6번 김현수 등 대표팀에 안타 제조기는 수두룩하다. 박병호는 해결사가 꼭 필요한 순간 한 방이면 된다. 아시안게임에서 이승엽이 해냈던 그 역할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목동과 문학구장에서 열린다. 박병호의 안방이다. 올 시즌 박병호는 홈구장인 목동에서 61경기 35홈런 71타점을 쓸어 담았고, 문학에서 7경기 타율 3할8푼1리를 기록하며 1홈런 5타점을 더했다. 새 공인구가 가벼워 거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도 호재다.
이승엽의 뒤를 잇고 있는 박병호가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승엽 같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국민타자로 거듭나기 위해 박병호가 짊어져야 할 짐이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