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외야수 정형식(23)의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로 임의탈퇴 처분을 내렸다. 이례적이고 가혹하다. 음주운전 한 번에 선수생명과 직결되는 임의탈퇴를 시킨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군 미필인 정형식은 이번 사건으로 상무와 경찰청 입대도 불가능해졌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지난 4일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삼성라이온즈 소속 정형식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정형식은 2군에 있던 지난달 18일 오전 1시 대구 중구 공평동에서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건물 벽을 들이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정형식의 혈중 알콜 농도는 0.109% 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 삼성 라이온즈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정형식을 즉각 임의탈퇴 시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간 정형식은 음주운전 사실을 구단에 숨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정형식이 구단에 사고 내용을 알리지 않은 것도 큰 문제이다. 선수 관리 소홀에 대해 팬들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임의탈퇴는 프로 선수로서의 자격이 최소 1년간 완전히 정지되는 중징계다. 앞으로 정형식은 최소 1년간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 연봉도 받을 수 없고 팀 훈련도 참여하지 못한다. 복귀는 원 소속팀의 동의하에만 가능하다. 미국, 일본, 대만 리그서도 뛰지 못하며 KBO와 협정으로 철회가 이뤄지지 않는 한 사실상 프로야구 선수 생명이 끝난 상황이다.
정형식이 올해 타율 1할7푼 1홈런 6타점으로 매우 부진했다고 할지라도 2009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2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이후 촉망받는 유망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다소 충격적이고 과감한 결단이다. 타 구단의 동일한 사례와 비교 해봐도 무거운 징계다. 앞서 음주사고를 일으켰던 선수들은 대부분 잔여 경기 출장 정지, 2군 강등, 벌금, 사회봉사활동 등의 구단 자체 징계를 받았다.
임의탈퇴 처분을 받게 된 정형식의 차후 선택은 군입대가 유력하다. 최소 1년간 야구 관련 활동을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 이 공백은 매우 심각하다. 상무국군체육부대나 경찰청야구단 입단을 통해 병역을 수행하며 운동을 계속해나가는 방안이 최상의 선택이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단 상무의 경우 주요자격요건이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아마추어 선수이거나 프로 선수 중 해당 경기 연맹/협회에서 아마추어로 추천된 선수여야만 가능하다. 임의탈퇴 신분인 정형식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다.
경찰청 야구단의 경우는 입단 자격 자체에는 걸림돌이 없다. 하지만 프로 야구선수들의 지원자가 넘쳐나는 경찰청이 음주운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임의탈퇴 된 정형식을 받아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특히 결국 경찰청에 소속된 조직 특성상 음주와 관련된 사고를 일으킨 정형식을 받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남은 것은 현역입대 혹은 재검을 통한 공익근무요원등의 병역 수행밖에 길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더욱 궁금해지는 삼성의 결단의 배경이다. 삼성 측은 공식 입장외에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앞서 한 번의 전례를 통해 이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삼성은 2011년 초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대졸신인 김준희를 곧바로 임의탈퇴 시킨 적이 있다. 2011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에 6라운드로 지명된 김준희는 이후 야구계로 복귀하지 못했다. 당시 삼성은 선수의 유명도에 상관없이 구단의 똑같은 기준으로 징계를 내린다고 밝혔다.
결국 정형식의 사례도 같은 경우로 보인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음주, 성문제와 관련된 추문에 대해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는 모그룹의 기업문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이 타 구단 사례의 형평성 등과는 관계없이 원칙대로 일을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삼성의 정형식 임의탈퇴 결정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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