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2014년 여름 극장가는 유독 사극 '풍년'으로 보인다. 메이저 투자ㆍ배급사 3곳인 CJ와 롯데, 쇼박스는 각각 '명량', '해적', '군도'를 경쟁적으로 내놓았거나, 곧 내놓는다. 우연은 아니다. 여름 방학 시즌은 최대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역사 고증이나 압도적인 비주얼을 위해 큰 비용이 투입되는 사극은 대작으로 분류되는데, 공을 들인 만큼 많은 관객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에 최전선 배치를 할 수밖에 없다.
쇼박스 관계자는 "세 개 회사 모두 여름 시즌이라는 가장 큰 시장에서 좋은 작품으로 경쟁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며 "사극은 이미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 때문에라도 각 회사의 대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사극 영화로는 '명량' 한 편으로 승부수를 던진 CJ엔터테인먼트는 자신감이 넘쳤다. 가장 자신 있는 영화니 개봉 시점이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쇼박스의 '군도' 역시 순항하고 있다.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올해 3사 사극은 모두 괜찮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물론 과거에도 사극은 사랑받았다. 최근 들어서도 사극은 거의 매년 관객을 찾아왔고,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관상'이 9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고, 2012년 '광해, 왕이 된 남자'는 1000만 관객을 넘겼다. 2011년 800만 명을 극장으로 오게 한 '최종병기 활'도 있다. 사극이 올해만 극장가를 휩쓴 게 아니라는 말이다.
사극은 왜 한국 관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것일까. 롯데 측 관계자는 "사극은 일반적인 현실의 시나리오에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상상력을 발휘해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의 삶과 투영되면서 그 시대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는 것도 매력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쇼박스 측 관계자는 "사극은 가족을 타깃으로 할 수 있는 최적화된 장르"라며 "익숙한 화면에서도 신선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군도'처럼 웨스턴 사극, '명량'처럼 정통사극, '해적'처럼 판타지로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다양하게 만드는 게 가능하고, 이를 관객들이 구미에 맞게 선택해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CJ엔터 측은 "우리나라 관객은 사극에 관해 부담과 거리낌이 적은 것 같다"며 "물론 영화의 만듦새가 제대로 돼 있어야지만 호응을 받는 건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량'은 공을 들인 해전신 말고도 이순신 장군의 고뇌가 같이 담겨 있다. 이순신 장군의 우국충정에 공감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군주의 길, 리더십을 설명했던 CJ 측은 '명량'을 통해 다시 한 번 리더십을 언급한다. CJ 측은 공식적으로 "영화는 영화일뿐 정치와 연관 짓는 걸 꺼리는 입장"이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무능한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큰 현실 세계와 비교할 때, 과거 이순신의 리더십은 또 한 번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사극 영화들이 관객의 관심을 받도록 마케팅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도 사랑을 받는 데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짚었다.
물론 실패한 사극도 있다. '조선미녀삼총사'나 '나는 왕이로소이다' 등이 관객으로부터 외면받았다. '역린'도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또 올여름 대작 사극 3개가 아직 어떤 결과물을 안고 퇴장할지 예상할 수는 없다. 제작비 100억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에 손익 분기점이 상당히 높다.
한편 또 하나의 주목받는 투자배급사 NEW는 다른 세 개 회사들과는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바다 위 심리 스릴러 멜로 '해무'(8월13일 개봉)를 여름 시장에 선보인다. 봉준호 감독이 기획ㆍ제작에 참여한 영화라 관심이 쏠리는 작품이다. 3사 사극보다 적은 제작비(순제작비 73억원)가 들었지만 더 사랑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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