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딜라잇이 돌아왔다. 멤버 숫자도, 음악 장르도, 콘셉트도 다 달라졌지만 특유의 색(色)은 변함 없다는 ‘무한 자신감’과 함께.
2013년 4월, 이들은 청순 혹은 섹시로 양분된 걸그룹 이미지 홍수 속, 강렬한 퍼포먼스와 파워풀한 면모로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점점 치열하고 각박해지는 정글 같은 가요계에서 대중에 완벽하게 각인되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데뷔 1년이 채 되기 전, 멤버 교체라는 풍랑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시련을 통해 딜라잇은 더욱 단단해졌다. 전 멤버 수아가 빠진 빈 자리를 재원과 수민이 꽉 채운 만큼 매력은 한층 풍성해졌다.
“아무래도 멤버가 바뀌는 과정에서 혼란이 많이 왔었어요. 음악 장르도 바뀌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힙합 색은 베이스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새로운 멤버들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고 우리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친해지는 데는 하루도 안 걸렸어요.”(연두)
22일 공개된 신곡 ‘내가 없냐!’는 여름을 겨냥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풍의 강렬한 곡. 데뷔 초, 힙합을 베이스로 파워풀한 댄스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은 딜라잇이지만 이번에 강렬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로 나선다.
장르적 변화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처음 우리가 워낙 강한 이미지로 나왔고, 그걸 좋아해주시는 마니아층이 계셨거든요. 그 이미지를 갖고 가면 좋겠다 싶었죠. 사실 이 노래를 1년 전에 처음 접했는데, 그 땐 덜컥 걱정도 됐죠. 하지만 딜라잇만의 느낌이 살아있는 EDM풍으로 완성했습니다.”(연두)
“‘내가 없냐’는 일렉트로닉 힙합이에요. 힙합도 장르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그 가운데서도 우린 1, 2집때 강한 힙합을 했기 때문에 약간은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어요.”(은서)
“개인적으로 여성스럽고 섹시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어려웠어요. 손짓이나 눈빛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죠.”(연두)
“저는 기존에도 약간 여성스러운 콘셉트를 담당했었기 때문인지, 이번에 좀 더 저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죠.”(은서) “여성스러운 콘셉트에 걱정도 고민도 있었지만 저만의 색을 계속 가지고 가는 과정 중 하나라는 생각에 자부심도 있었어요.”(태희)
곡 후렴구의 “내가 없냐”는 가사는 마치 “뇌가 없냐”는 가사로 들리기도 하는, 곡의 재미 포인트이기도 하다. 중독성 있는 가사만큼이나 머리에 대고 손가락를 빙빙 돌리는 포인트 안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처음 곡을 접했을 땐 EDM풍이 흔치 않았던데다, 가사도 자꾸 ‘뇌가 없냐’ 밖에 안 들려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에 대한 생각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EDM이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만큼, 이제 비로소 꺼내들 수 있게 됐죠.”
3분 29초의 곡 안에서 각자 맡고 있는 ‘감정’ 파트도 가지각색이다. 막내 재원은 상대적으로 착하고 순한 매력을 보여주는 반면, “너란 놈 바보 같애 멋진 척 가지가지 해” 등 직설적인 가사를 맡고 있는 태희는 최고로 강한 이미지로 어필한다.
수민은 자신을 붙잡아 달라는 애절하면서도 유혹의 꼬리를 내미는 반전이 매력. 연두는 화낼 듯 말듯 한 분노 직전의 감정이 포인트다. 은서는 잔잔하면서도 애절하게 곡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누구 하나 빠질 수 없는 5색 매력 아닌가.
공교롭게도 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는 시기는 걸스데이, 씨스타, 현아, 예은 등 걸그룹들이 따로 또 같이 출동하는 바야흐로 ‘진격의 걸그룹 시대’다. 여기에 내달 중순에는 새 멤버로 절치부심한 카라도 돌아온다.
딜라잇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갓 1년 여. ‘걸그룹’이라는 큰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을 한 해 아니던가. 지난 1년간 딜라잇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매 번 나올 때마다 새로운 옷을 입고, 그 옷을 완벽하게 입어야 대중이 좋아하시잖아요. 매 번 발전할 수 있기에 재미있고 힘들면서도 참 오묘한 매력이 있어요. 나 자신의 한계를 체험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나도 몰랐던 나를 알게 되며 점점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연두)
재원이 합류하면서 막내 타이틀을 떼게 된 태희는 “자연스럽게, 무대적으로나 보여지는 모습으로나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더 깊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지난 활동 기간을 곱씹었다.
새 멤버들도 남다른 각오다. 재원은 “늦게 합류한 만큼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막내다운 책임감을 보였다. 뒤늦게 합류했지만 팀의 큰언니인 수민은 “첫 무대를 마치고 나니 점점 즐겁고 재미있어, 이젠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천상 무대 체질임을 입증했다.
이들이 지켜나가고 싶은 딜라잇만의 색깔은 강렬함 그 자체다. “정열적이고 열정적인 붉은 색”(은서)도, “멀리서 봐도, 어둠 속에 있어도, 많은 아이돌 사이에 있어도 눈에 잘 띄는 형광색”(연두)도 모두,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딜라잇만의 색이란다.
“가령 투애니원 선배님들은 투애니원색, 포미닛 선배님들은 포미닛색이 있잖아요. 우리 역시 누구처럼 되고 싶다가 아닌, 딜라잇만의 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태희)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앞둔 딜라잇의 각오는 비장했다. 원했던 무대인만큼, 그동안 모아뒀던 에너지를 한껏 쏟아내겠다는 각오다.
“이번엔 살도 많이 빼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신인 중에서는 방송에 못 나가는 경우도 많아요. 그만큼 간절한 무대고, 그 무대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답니다. 많은 에너지로 무장하고 나오는 저희를 보셨을 때, 채널을 돌리지 마시고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갖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방송 무대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대중과 만나고 싶습니다.”(태희)
야무진 꿈도 덧붙였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생을 담은 음악을 오래 하고 싶은 게 목표에요. 그리고 god, 플라이 투 더 스카이 선배들처럼 저희 딜라잇의 앨범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연두)
psyo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