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MBN스타 최준용 기자] 제67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초청된 영화 ‘표적’(감독: 창)이 23일(현지시각) 오전 12시30분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레드카펫과 공식 스크리닝을 열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액션, 스릴러, 공포, SF 등의 장르 영화 중 독특한 작품성과 흡입력을 가진 감독들의 작품 중 매회 2, 3편을 선정해 초청하는 부문이다. 한국 영화는 앞서 2005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과 2008년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초청된 바 있다.
남자는 검은 턱시도와 보타이, 여자 역시 드레스(치마정장 포함)라는 드레스 코드에 맞춰 한껏 멋을 낸 채 극장 앞에 도열해 있던 관객들 위로 밤 11시께부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흥행에 큰 지장을 초래할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관객들은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를 고수했다.
국내 영화제와 달리 칸은 관객이 먼저 레드카펫을 밟고 영화관에 입장한 뒤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따라 상영관 안으로 들어오게 돼있다. 이는 감독과 배우를 관객보다 존중하는 방식으로 관객도 레드카펫을 밟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 사진=옥영화 기자 |
이날도 칸의 레드카펫을 처음 밟은 수많은 관객들이 서로 간에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했다. 하지만 즐거움은 길게 느끼지 못했다. 레드카펫에 서있는 수십 명의 진행요원들이 극장으로 서둘러 입장하도록 유도하기 때문.
관객들이 상영관 안에 모두 들어서자 스크린에 레드카펫 상황이 중계됐다. 검정 턱시도 차림의 창 감독, 김성령, 유준상 등 ‘표적’의 감독 및 주연 배우가 레드카펫 위에 섰고, 수많은 카메라가 이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유준상은 무난한 검은색 턱시도였고, 김성령도 블랙계열의 튜브톱 드레스로 우아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과시했다. 김성령은 이날 레드카펫을 위해 한국에서 20여 벌 정도 드레스 피팅을 했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김성령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한 시국을 고려 화려함 대신 색상부터 디자인까지 의미 있는 의상으로 결정했다.
유준상은 생애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은 김성령을 리드하며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앞서 칸 레드카펫을 여러 번 밟은 유경험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배우들만 주목 받은 것은 아니다. 유준상의 아내이자 배우인 홍은희가 남편을 따라 칸 레드카펫을 밟았고, 김성령의 여동생인 방송인 김성경도 참석, 언니와 함께 축제를 즐겼다.
↑ 사진=옥영화 기자 |
이들 모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레드카펫 위를 걸어 상영관으로 입장했다. 2400석 실내를 거의 다 채운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이들을 맞았다.
이윽고 영화가 시작됐고, 한국 개봉 버전과 다른 칸 버전이 공개됐다. 객석 반응은 뜨거웠다. 이진욱이 극중 아내 조여정을 살뜰히 챙기며 자상함을 보이는 장면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졌고, 경찰서 화장실에서 목이 매달린 채 죽을 위기에 놓인 아내를 두고 비리 여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일 땐 그를 응원하듯 격려의 박수가 나왔다.
고난이도 액션을 선보인 류승룡과 유준상이 피범벅이 되며 혈투를 벌인 장면 또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또한 그가 동생을 구하지 못한 채 뜨겁게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 감정이 폭발하는 신에서는 여기저기에서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칸 버전의 대미를 장식한건 유준상이 돋보인 결말이었다. 쿠키 영상으로 보여진 엔딩은 유준상이 죄의 댓가를 받기 위해 취조를 받는 장면. 그는 취조 중 강렬한 대사와 함께 생수 한 병을 먹은 뒤 죽음을 맞이한다. 관객들은 권선징악의 결말에 환호했다.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면서 몰입하게 만든 101분이 지난 뒤 엔드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박수가 3분 가까이 이어질 무렵 상영관 안에 불이 켜졌다. 모든 관객이 일어나 감독과 배우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객석 중앙에 앉아 있던 창 감독, 배우와 제작사와 배급사 관계자 배우들의 소속사 대표 등은 서로 악수하며 기쁨을 나눴다. 창 감독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주위의 외국 영화계 인사들과 손을 잡기도 하고 1, 2층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상영회를 마치고 극장 밖에서 취재진을 마주한 창 감독은 기쁨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김성령도 주변의 뜨거운 반응에 감정에 북받친 듯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유준상은 인터뷰를 시도하는 취재진을 오히려 위로하며 “밤늦은 시간까지 고생이 많다”고 악수를 청했다. 그는 “칸 레드카펫을 다시 밟아 기분이 좋다. 아내와 함께해서 더욱 뜻 깊다”고 생글생글 웃어보였다.
↑ 사진=옥영화 기자 |
한편, 프랑스 영화 '포인트 블랭크'(2010)를 리메이크한 '표적'은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는 여훈(류승룡),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여훈과 위험한 동행을 시
국내에서 264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 중인 ‘표적’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 필름 마켓을 통해 독일, 터키, 스위스, 중동, 남미 지역에 수출되는 쾌거를 이뤘다.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