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 사진=별바라기 캡처 |
합동 팬미팅 토크쇼를 콘셉트로 스타와 팬들의 소통을 다룬 MBC 새 파일럿프로그램 ‘별바라기’가 1일 그 베일을 벗었다. 이날 게스트는 개그맨 이휘재와 그룹 인피니트, 배우 유인영, 가수 은지원, 손진영과 그의 팬들이었다.
H.O.T와 젝키로 양분됐던 1997년 가요계의 팬문화를 다루었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주역인 젝키 은지원의 팬들은 뛰어난 입담으로 라이벌 구도를 벌였던 H.O.T 팬들과 갈등과 합동콘서트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시비들 등 당시 우여곡절 많았던 지난날들을 회상해 웃음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마스크를 쓰고 등장해 ‘마스크녀’로 불린 은지원의 팬은 결혼 발표 소식에 대해 “지원 오빠가 결혼을 발표했을 때 좀 서운했다. 보통 팬까페에 먼저 결혼 소식을 알리면서 가장 먼저 알려주는데 오빠는 방송에서 결혼 발표를 하더라. 그 다음날이라도 팬카페에 글이 올라올까 기다렸는데 소식이 없더라. 그 신비주의 서태지도 팬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서운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그렇게 결혼했으면 잘 살기라도 하지…”라며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겨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인피니트의 팬 역시 눈길을 끌었다. 현재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이 팬은 “아이를 낳고 심한 우울증을 겪었었다. 아이를 한 시도 떼어 놓지 못해 심각한 허리디스크에 걸렸고, 탈모도 있었다. 남편과의 사이도 악화됐는데, 인피니트를 알게 된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털어놓으며 인피니트를 좋아하게 된 사연을 고백했다. 다른 멤버들 중에서도 성열을 좋아한다고 밝힌 이 팬은 그의 순수함에 반했다고 말하면서 넘치는 애정을 드러냈다.
이후 남편과 두 아이까지 등장했다. 남편도 아내와 함께 인피니트를 좋아하게 됐다는 것. 이 가족은 “같이 인피니트의 곡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두 딸들도 팬클럽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자신들을 향한 팬들의 사랑을 확인한 인피니트 멤버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스튜디오의 분위기를 한층 훈훈하게 만들었다.
↑ 사진=별바라기 캡처 |
방송 내내 손진영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던 이 팬은 “진영이를 보면 제 어릴 적을 보는 것 같다“며 ”힘든 시기에도 그 꿈을 간직했다는 게 참 기특하다. 뭐든지 챙겨주고 싶다“고 진심어린 마음을 전했다. 남성 팬 뿐 아니라 여성팬은 손진영에게 감동한 사연을 말하며 ”세심하고 착한 진영이를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해 보는 이들을 미소짓게 했다.
이밖에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휘재에게 꾸준한 사랑을 보냈던 이휘재를 향한 팬들은 그동안 모아왔던 자료들을 공개하며 추억여행을 떠나도록 해주었다. 무엇부다 팬이 공개한 14년 전 이휘재의 팬미팅 자료를 통해 풋풋한 이휘재와 당시 사회를 봤던 서른 살의 유재석의 모습까지 엿보면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오랜만에 예능프로그램에 도전한 유인영은 자신의 팬임을 자청한 디자이너로부터 받은 코트를 공개하며 “실제로 많이 입고 다녔는데 트위터를 하는 것이 없어서 이를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다”고 말한 뒤, 그를 위해 직접 현장에서 옷을 입으며 감사인사를 했다. 이에 팬은 패션쇼 초대장을 보낼 때마다 항상 유인영이 와 주어서 감사했다고 전하며 훈훈함을 이어나갔다.
성별도 연령대도 개성도 서로 팬들이지만, 스타를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높이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화려한 볼거리 대신 게스트로 등장한 팬에 집중한 ‘별바라기’는 이들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와, 팬 생활을 하면서 생긴 비화 등을 들려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별바라기’는 강호동이 지난해 폐지된 ‘항금어장-무릎팍도사’ 이후 토크쇼 복귀로 눈길을 끌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동안 스튜디오보다는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이 더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강호동은 그동안의 평가를 비웃듯 일반인인 팬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며 여전히 매끄러운 진행 실력을 뽐냈다.
다만 필요 이상으로 많았던 패널과 게스트는 정리가 시급해 보인다. 권오중, 신동, 소유, 송은이 등 패널만 4명에, 게스트 4 팀, 여기에 팬들까지 더해지니 출연진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나와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까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많은 등장인물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와 깨알웃음과 감동은 최근 과격해진 팬들의 애정표현으로 부정적이었던 팬 활동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호평을 듣고 있는 ‘별바라기’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