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제가 관찰을 잘하거든요. 몸짓과 행동은 제2의 언어라고 할 수 있죠. 우리가 대화 나눌 때도 70% 정도는 말이 아니거든요. 눈빛, 제스처 호흡으로 표현하는 게 많아요."(웃음)
한국예술종합학교 강단에 서기도 했던 마임 분야의 자부심, 자긍심이 느껴진다. 물론 마임뿐만이 아니다. 현재 그는 비록 조·단역이지만 많은 영화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다. 자신의 재능과 끼를 다양한 작품에서 발산하고 있는 것. 지난해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 '친구2', '톱스타' 등에 출연했다. 올해도 '나의 독재자'를 비롯해 '타짜2', '극비수사' 등으로 인사할 예정이다.
"잠깐 등장해도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깐 감사한 일이죠. 배우는 몇몇 유명인들을 빼고는 거의 선택되는 입장이니까요."
그는 "최근 셋째 아이가 태어나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준혁은 이 영화에서 딸아이를 유괴당한 전모에 이어 또 다른 피해자 아버지로 나온다. 아들을 유괴당한 준수 역할. 상영시간과 긴박한 상황 전개 등을 이유로 그의 분량이 많이 편집됐다. 아쉽긴 하지만 그는 감독의 연출과 방향이 맞다는 생각이다. 비록 분량이 적아졌으나 그는 여전히 존재감을 뽐냈다.
"감독님의 판단에 따른 것이니까요. 지금 버전이 가장 괜찮을 것으로 생각해요. 뭐, 몇몇 작품에서는 통편집되기도 한 걸요? 어떤 한 영화는 현장에서 빵 터지고 분위기가 좋았는데 제 캐릭터가 아예 사라져 버렸더라고요. 단역의 비애가 아닐까 해요. 하하하."
이준혁은 "아이를 유괴당한다는 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라며 "집에서 기르던 개가 없어져도 난리가 나는데 아이가 없어졌다면 정말 최악의 상황일 것"이라고 몰입했다. 그는 "인간의 심리라는 게 뭔가를 잃어버리면 그것이 당연히 없을 것 같은 장소도 한번 찾아보게 된다. 혹시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아이를 유괴당한 아버지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된다"고 짚었다.
"물론 유괴나 납치 같은 일은 누구에도 생기지 않았으면 해요. 하지만 경각심 차원에서 이 영화를 향해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상업적인 영화가 아니라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부모들은 이입할 수 있겠죠. 아이를 잃어버린다는 상상만으로도 정말 '멘붕'일 거잖아요."
'보호자'는 압구정 CGV 1개관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된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상영관이 턱없이 부족하다. 출연배우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앞서 그가 출연해 외국에서 호평받은 '댄스 타운'이나 '무게' 등도 상영관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배우라는 직업이 소통이 목적이잖아요. 감정이나 상황을 대신해 나누려고 연기하는 건데 영화 상영 기회와 공간이 없는 거니까 아쉽긴 하죠. 그래도 몇 명의 관객이라도 좋은 영화를 함께 나눴으면 해요."
'관객과의 소통'. 그가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준혁은 '푸른거탑제로'와 지난해 추석특집으로 방송된 '멀티쇼 X'로도 시청자를 찾았다. "새로운 연기에 자꾸 도전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관객, 시청자와 대화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강단에 서는 건 잠시 접었다.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니 고정된 시간에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어 미안해졌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생각나는 에피소드 한 가지. 현재 복무중인 배우 김동욱과의 일화다.
"한예종 친구들을 가르쳤을 때인데 그 친구가 제 수업에 한 번 나왔어요. 시험 때는 꼭 나오라고 했죠. 아니면 F학점을 주려고 했는데, 영화 '국가대표'를 찍을 때였는데 바쁜 것 다 아는데도 지방에서 촬영 중에 올라왔더라고요. 햄릿 움직임을 해오라고 했는데 진짜 잘 준비해와서 놀랐죠. 주요 배역이었는데도 와서 시험 본 열정이 대단해요. 그래서 잘 됐나 봐요. 저도 열심히 해야겠죠?(웃음)"
jeigun@mk.co.kr/ 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