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엠블랙 이준의 ’배우는 배우다’는 11만 명, FT아일랜드 이홍기의 ’뜨거운 안녕’은 4만 명, 소녀시대의 유리와 가수 서인국의 ’노브레싱’은 45만 명으로 흥행에서 참패했다. 빅뱅 탑 주연의 ’동창생’도 104만 명을 모았다.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했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 출연, 조연으로 빛났던 2PM의 준호(’감시자들’, 누적관객 550만 명)와 임시완(’변호인’, 1000만여 명)이 굳이 분류하자면 흥행한 케이스다.
아이돌의 스크린 진출은 이제 언급하기 입이 아플 정도로 많다. 많은 영화에 주·조연, 단역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일단 무대에서와는 다른 모습으로 관심을 끈다. 영화의 만듦새와 더불어 캐릭터에 녹아들어 연기를 잘 보여주면 말 그대로 상부상조다. 솔직히 말해 예전에는 연기를 정말 못하는 아이돌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게 ’발’ 연기는 없다. 그럼에도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자신들이 주연한 영화의 주 고객으로 관객을 끌어들이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돈을 내고 영화를 볼지언정 입소문이 나기는 힘들다. 리스크가 크다는 말이다.
그룹 미쓰에이의 수지가 주연한 ’건축학개론’을 보고 예외라고 하는 시선도 있지만, 수지도 배우 이제훈, 엄태웅, 한가인 등의 시너지 효과로 빛을 봤다. ’국민 첫사랑’의 이미지로 드라마 ’구가의 서’까지 성공하게 했으나, 아직 스크린 파워가 있다고 말할 순 없다.
영화는 일단 스토리의 힘이 있어야 한다. 한 관계자는 "’변호인’이 흥행한 것도 스토리의 힘"이라며 "스토리에 힘이 있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진출이 많은데 예전보다 연기를 잘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뭔가 엄청난 것을 원하는 건 아니다"라며 "적당히 서로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올해도 많은 아이돌 혹은 가수들이 영화계에 진출한다. 먼저 B1A4의 진영이 22일 영화 ’수상한 그녀’로 관객을 찾는다. 보아는 영화 ’빅매치’로 관객을 찾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룹 JYJ 박유천은 영화 ’해무’를 통해 배우 김윤석과 온전한 주인공으로 대결한다. 그 흥행 여부로 아이돌 가수 겸 배우의 스크린 진출 성적이 또 한 번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같은 그룹의 김재중이 영화 ’자칼이 온다’의 주인공으로 나왔으나 참패한 것을 설욕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수들은 무대를 떠나 스크린 진출을 틈나는 대로 하고 있고, 관계자들도 신선한 마스크를 원하고 있다. 상부상조하면 좋은 일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양측에게 비난은 더 아프게 다가올 게 분명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