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2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기록이 물량보다는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환율 자체만 놓고 흑자폭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신흥경제권에서 흑자를 내기 위해 환율 변화를 유도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12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7월 3.00%로, 10월에는 2.75%로 각각 0.25%포인트 내린 뒤 동결 결정을 거듭하다 지난 5월, 7개월 만에 다시 2.50%로 인하한 바 있다.
다음은 김 총재와 일문일답.
-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물가상승률이 현재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인하 얘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인지.
▲ 인플레이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1.6%에서 이달 1.8%로 소폭 상승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달과 비슷한 2.9% 수준이다. 명목임금상승률도 4% 내외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CPI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근원물가로 수렴한다고 볼 때 더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다. 성장도 2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1.1% 성장하고 있다. 물가와 성장 등을 고려해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 대통령이 외신에 당분간 통화정책을 확장해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기고했다.
▲ 통화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기 보다는 경제의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정 변수만 갖고 경기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대외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의 경우 하나의 변수보다는 서로 혼합되서 나타나는 변수의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 엔저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기업 고충이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나 당국의 대책은.
▲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이후 1년 동안 엔화가 원화에 비해 20% 이상 절하됐다. 철강, 자동차, 가전 등 일본과 직접 거래하는 산업들은 상당한 피해를 봤다. 하지만 나머지 산업들은 예상보다는 피해가 크지 않아 전반적으로 잘 대처했다고 본다. 물론 영향을 크게 받은 특정 산업 등 부분적인 극복방안에 대해서는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 최근 채권에서 외국인 자금이 많이 이탈했다. 앞으로 있을 미 연준 양적완화 축소 때문인가.
▲ 어느 나라든지 미 양적완화 축소 위험으로 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에 채권시장 투자 유인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자율이 올라감으로 인해 차익거래 유인이 적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금이 유입되던 주식시장도 지금은 유출로 전환된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시장에서 아직 그 폭이 크지 않아 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이라고 언급했다. 원화절상이 이를 해소하는 데 영향이 있나.
▲ 우리 나라 흑자의 가장 큰 요인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입 의존이 큰 나라에서는 가격 절하 영향이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조사국의 분석에 따르면 물량보다는 가격 변화가 더 큰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선진경제에 대해서는 적자, 신흥경제에 대해서는 흑자를 보고 있는 상태다. 신흥경제권에 대한 흑자를 내기 위해 환율 변화를 유도하는 경우는 없다. 환율 자체만 가지고 흑자폭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물론 내수와 수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수를 진작시키고 수입을 유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년에는 흑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화폐인가, 위험한 투기인가. 한은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비트코인이 민간화폐로서 어떻게 발전할 것이냐에 대해 단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비트코인이 지급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밝히자 가격이 크게 올랐다가 중국인민은행이 비트코인 취급을 금지하자 금세 대폭 내려갔다. 이렇게 높은 가격변동성을 가진 수단을 화폐로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제약이 있다. 수용성과 가치변동성, 안정성, 내재적 특성으로 봤을 때 현재로서는 비트코인이 민간화폐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량은 약 3억원 정도로 많지 않다. 통화당국으로서 비트코인이 어떠한 형태로 발전할지에 대해서는 유의깊게 보고 있다. 결제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의 특성에 대해 자료를 모아 분석을 시작했다. 다만 당장 통화당국이 이에 대한 규제나 정책을 강구하고 있지는 않다.
-내년 미국은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유럽이나 일본은 계속 돈을 풀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 통화정책이 엇갈리는데.
▲ 한 때는 G4 선진 경제권(미국, 유럽, 영국, 일본)의 통화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갔지만 현재는 혼재돼 있다. 이들 국가도 통화정책의 효과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직접적인 효과 외에도 한국 시장을 파킹 장소로 쓰는 등의 간접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통화정책방향문
▲ 금리인하효과는 최소한 6개월 이후에 시작해 1년 정도 간다고 본다. 효과가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윤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