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1등과 현재만을 기억하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왕년의 챔피언’은 참 서글픈 표현이다. “나도 한때는”으로 시작하는 무용담은 대개 쓸쓸한 변명이 될 뿐이다. 10년 전만 과거는 아니다. 작년도 이미 지나간 해인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K리그 클래식을 번갈아 호령했던 FC서울과 전북현대의 2013시즌이 꼭 서글픈 ‘왕년의 챔프’ 느낌이다. 최근 4번의 시즌 동안 두 팀은 K리그 정상을 두 번씩 나눠가졌다. 2009년 전북을 시작으로 2010년 서울, 2011년 전북 그리고 지난해 서울까지 챔피언 자리를 서로 뺐고 뺐었다. 자타공인, 리그의 맹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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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과 전북현대가 자존심을 걸고 충돌한다. ‘챔피언들의 맞대결’이다. 이동국과 데얀이 펼치는 왕년의 골잡이 대결도 같은 맥락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때문에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두 팀의 맞대결은 자존심을 건 충돌이다. ‘챔피언들의 대결’의 승리를 통해 올 시즌 섭섭한 성적을 위로한다는 각오다. 이번 경기는 FC서울의 ACL 일정 때문에 순연된 경기다. 서울과 전북의 대결은 시즌 마지막 라운드인 12월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한 번 더 펼쳐진다. 일종의 홈&어웨이 결승 같은 대결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렸기에 더 화끈한 충돌을 기대할 수 있는 만남이다. 각각 ‘무공해(무조건 공격해)’와 ‘닥공(닥치고 공격)’을 추구하는 서울과 전북의 공격력은 14개 클럽을 통틀어 최고수준이다. 하지만, 사실 올 시즌은 그렇게까지 뜨겁지는 않았다. 그 책임은 역시 간판 공격수인 데얀과 이동국의 부진 때문이다.
두 팀이 우승을 나눠가진 최근 4시즌 동안 3번의 득점왕 타이틀이 두 선수에게 돌아갔다. 이동국이 2009년 22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데얀은 2011년과 2012년까지 2연패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데얀이 31골을, 이동국이 26골을 터뜨리면서 화끈한 킬러 전쟁을 펼쳤다.
하지만 올해는 두 선수 모두 12골에 그치고 있다. 4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선두 김신욱(19골)을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팀만큼 데얀과 이동국 역시 자신들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무대로 여겨야한다.
K리그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라는 이미지는 올 시즌 케빈(전북)과 페드로(제주)에게 많이 넘어갔다. 이동국이 가지고 있던 토종 최고의 스트라
‘아 옛날이어’를 외치는 왕년 챔피언들이 자존심을 걸고 한판 승부를 펼친다. FC서울과 전북현대, 전북과 서울의 팀 대결도 그렇고, 데얀과 이동국, 이동국과 데얀의 개인적인 골잡이 대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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