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두산은 또 2인자가 됐다. 2001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지만, 준우승에 그쳤다. 2005년, 2007년, 2008년에 이어 최근 10년 동안 준우승만 4번째였다.
두산으로선 다 잡은 우승이었다. 4차전까지 3승 1패로 앞서며 유리한 고지에 올랐지만, 남은 1승을 끝내 거두지 못했다.
선수들은 지쳤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오르면서 누적됐던 피로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삼성 불펜을 넘지 못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불타오른 삼성 타선을 봉쇄하지 못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인 패인은 코칭스태프의 판단 착오였다. 소극적이었던 게 결국 화를 불렀다. 두산이 졌던 경기에서는 투수 교체와 관련해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고, 그게 삼성의 기를 살려준 꼴이 됐다.
두산은 3승 1패의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내리 3경기를 졌다. 이길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놓친 두산이었다. 5차전에서 유희관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좀 더 과감해야 했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
5차전에서는 용단이 부족했다. 삼성이 치고 나가면 두산은 무섭게 따라 붙었다. 4-5로 뒤지다 5회 최준석의 동점 홈런이 터지며 분위기는 두산에게로 넘어갔다. 흐름은 매우 팽팽했고, 1점 싸움이었다. 1점을 내든 막든 해야 했다.
두산은 8회 위기를 맞았다. 진갑용과 정병곤의 연속 안타와 정형식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의 위기였다. 불펜에는 유희관과 홍상삼이 투구를 하며 경기 투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두산은 정재훈을 믿고 갔다. 결과는 실패. 박한이에게 2타점 결승타를 허용했다.
뒤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5-5 동점의 상황이었다. 유희관이 투입되어야 했다. 이틀 만의 등판일 수도 있지만, 시즌 마지막 등판이 될 수도 있었다. 5차전에서 무조건 끝낸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용단을 내렸어야 했다. 이 한 번의 실수는 치명타가 됐다.
두산은 6차전에서도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너무 믿었다. 지나친 신뢰는 독이 됐다. 니퍼트의 구위가 떨어졌음에도 마운드에서 내리지 않았다. 2사 1루에서 배영섭에게 안타를 맞은 뒤 바꿔줘야 했다. 5회까지 삼성 타선을 압도했던 ‘위력’은 잃었던 시점이었다. 유희관 카드도 아꼈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했지만, 투구수 100개가 넘긴 니퍼트를 뒀다가 박한이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선택이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두산은 2-2로 맞선 6회 집중타를 맞으며 5실점을 했다. 유희관에 이어 등판한 데릭 핸킨스가 두들겨 맞았음에도 교체를 하지 않았다. 핸킨스가 앞선 포스트시즌 전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제로(0)를 했으나, 이날 투구는 그리 안정적이지 않았다. 1사 만루에서 3루수 이원석의 실책이 나오면서 핸킨스는 더욱 흔들렸다. 2-4가 됐지만, 2점차는 충분히 뒤집을
잘 된 밥을 기다렸던 것일까. 두산은 너무 뜸을 들였다. 좀 더 과감하고 자신감 있는 결단을 내려야했다. 용단 부족이 부른 화였다. 그 때문에 두산의 기적은 미완성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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