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FC서울의 캡틴 하대성은 사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 이후 해외진출을 도모했다. 진지한 오퍼도 받았고 스스로도 알을 깨고 싶어 밖으로 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경상도 사나이’ 최용수 감독의 살가움(?)에 발목이 잡혔다.
때는 2012월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승 후 가족들과 휴식 차 일본여행을 즐기던 최용수 감독은 하대성에게 갑자기, 그러나 계획된 전화를 걸었다. 그날은 12월31일이었다. 몇 분 뒤면 2013년이 되는 소중한 시간에 하대성과 전화 연결이 된 최용수 감독은 “대성아, 내년에도 너와 함께 하고 싶구나”라는 ‘궁극의 살가운’ 멘트를 전했다.
초짜 캡틴이었던 2012년과 여유와 침착함을 장착한 2013년의 하대성은 확실히 다르다. 그 진한 내공을 마음껏 표출할 때가 왔다. FC서울의 ACL 성패가 달렸다. 사진= MK스포츠 DB |
하대성의 선수 인생에 있어 2013년은 꽤나 의미 있는 징검돌이 됐다. 해외진출의 꿈은 미뤄졌을지 몰라도 기량은 업그레이드 됐다. 특히, ‘내공’이 쌓였다. 초짜 캡틴이었던 2012년과 여유와 침착함을 장착한 2013년의 하대성은 확실히 다르다. 시쳇말로, 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상스레 꼬였던 대표팀 징크스도 날려버렸다.
홍명보 감독의 부임과 함께 ‘국대 하대성’도 재조명을 받았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상황에서도 그의 팔에는 주장을 상징하는 완장이 감겼다. 홍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붉은 유니폼 자체의 무게만도 버거워했던 하대성은 노랑 완장이 합쳐진 옷을 입고도 여유로웠다. FC서울의 캡틴처럼, 대표팀에서도 가볍고 자유로웠다.
한층 배가된 여유로운 리딩 능력은 하대성이라는 중앙미드필더의 최대 강점이다. 상대가 누구든 무대가 어디든, 하대성의 침착한 조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FC서울이 시즌 초반 큰 방황 속에서도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필드 위 사령관 하대성의 공이 적잖다.
이제 1년을 진하게 우려낸 하대성 내공의 진짜 맛을 볼 때가 왔다. 상대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라는 부담스러운 팀이고, 무대는 ACL 결승전이라는 살떨리는 공간이다. 그래서 캡틴 하대성의 침착한 여유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하대성은 결승 1차전을 하루 앞둔 공식기자회견에서 “지난해 리그 우승 이후 오로지 ACL 우승을 목표로 달려왔다. 이제 손앞에 트로피가 닿을 수 있는 위치까지 왔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말로 출사표를 전했다. 전혀 흥분하지 않았다. 필드 위보다 더 침착했다. 그는 “결승이라고 다를 것 없다. 평소처럼 할 것이고, 선수들 역시 평온하다”는 설명을 전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이런 것이다. 침착해야, 냉정해질 수 있다.
하대성의 달라진 내공은 이미 에스테그랄과의 4강에서 확인됐다. 원정팀들이 무덤이라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원정 2차전에서 하대성이 쏘아올린 칩샷은, 보통 배짱으로는 어려운 슈팅이었다. 그것이 골망을 흔들면
가진 것보다 늘 평가 절하됐던 하대성이다. 이는 큰 무대와 관련된 기량의 기복이 큰 이유였다. 하지만 2013년을 불태우며 하대성의 내공은 달라졌다. 그 내공의 맛을 제대로 보여줄 때가 왔다. 하대성의 침착함에 FC서울의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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