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하나 기자] 페르소나(persona)는 고대희랍의 배우들이 연극을 할 때 쓰던 가면을 일컫던 말로, 자아와 외부세계가 관계를 맺는 기능을 하는 사회적 얼굴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의미가 영화에서는 감독의 영화에 여러 편 출연하며 의중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즉 감독의 생각과 영화 세계를 표현하는 배우가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합이 영화 흥행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반대로 기대보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중들은 A감독과 B배우의 만남을 기다린다.
◆한 번 쓴 배우, 또 다시 러브콜 하는 이유는?
한 번 만났던 감독과 배우의 만남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감독 입장에서는 한 번 작업을 해본 배우는 본인이 요구하는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감이 작용하고, 배우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매력을 좀 더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감독과 배우에게 서로 윈윈이다.
또한 이미 흥행을 맛봤던 감독과 배우들이기에 또 다시 만났다는 소식이 들리게 되면,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흥행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새롭게 만나는 조화보다 수월하게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촬영을 함에 있어서도 이미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에 서로를 알아볼 시간도 줄이고, 트러블 없이 촬영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서로가 서로를 원하는 계기가 된다.
사진=MBN스타 DB |
배우 송강호는 지난 2003년 ‘살인의 추억’, 2006년 ‘괴물’을 통해 봉준호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이후 7년 만에 ‘설국열차’로 다시 재회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 작품을 해왔기에 송강호와 봉준호는 대중들의 기대를 부응하듯 탄탄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그 결과 ‘설국열차’는 900만 이상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2013년 상반기 최고의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또 배우 조재현은 김기덕 감독의 ‘악어’ ‘야생동물 보호구역’ ‘나쁜 남자’ 등에 출연하며 명실공히 김 감독의 페르소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후 불화설이 불거졌고, 오랜 시간 이들은 함께 작품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12년 만에 영화 ‘뫼비우스’로 재회하며 그동안 불거졌던 불화설을 잠식시켰다.
‘나쁜 남자’를 통해 한국 영화계에 충격을 안겼던 두 사람이었기에, ‘뫼비우스’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더 컸다.
영화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후 김 감독은 조재현에 대해 “‘뫼비우스’는 사실 조재현이 참여하면서 다시 출발하게 된 영화로 그에게 도움을 많이 받은 영화”라고 설명하며 “영화의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에 걸쳐 조금씩 변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세 박자에 잘 나눠서 연기했다고 생각한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 결과 ‘뫼비우스’는 호평과 함께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 받는 영예까지 않았다.
끝으로 배우 정유미는 홍상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첩첩산중’(2009), ‘리스트’(2011) 같은 단편영화부터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 ‘옥희의 영화’(2010), ‘다른 나라에서’(2011)를 이어 올해 개봉한 ‘우리 선희’(2013)까지 무려 여섯 작품에 출연했다.
그녀는 홍 감독의 연이은 캐스팅을 보답이라도 하듯 절제된 감정연기와 남자배우들과의 원활한 호흡을 선보였고, 그 결과 6만 이상의 관객이 ‘우리 선희’를 관람하며 그녀의 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이렇듯 검증된 감독과 배우들이 상반기를 책임지며 대중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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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에도 이미 호흡을 맞췄던 배우와 감독이 또 다시 호흡을 맞추며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냈고, 관객들의 평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시작은 배우 유오성과 곽경택 감독의 만남이다. 이들은 12년 전 ‘친구’를 통해 호흡을 맞췄고, 당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820만 관객을 기록했다.
‘친구2’는 전작에서 전두지휘 했던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친구’에서 배우 장동건과 열연을 펼치며 대사까지 유행시켰던 유오성이 다시 한 벅 곽 감독과 손을 잡았다.
‘친구2’ 제작보고회 당시 유오성은 “곽경택 감독과 전작에 이어 또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작에 이어 유일하게 후속작에 캐스팅 됐는데, 감독님이 날 예뻐하기 보다는 죽지 않았기에 캐스팅이 된 것이 아닐까?”라고 농담까지 던지는 여유를 보여 곽경택 감독을 웃음짓게 했다.
◆누구 누구 감독의 페르소나, 좋은 것만은 아냐
A감독의 페르소나라는 타이틀,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 배우는 MBN스타와 인터뷰 당시 ‘A감독의 페르소나라는 타이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페르소나라는 단어는 부담스럽다”고 대답했다. 그는 “영화가 좋고 감독님이 좋아서 출연했을 뿐인데, 많은 분들이 A감독의 페르소나인거 아니냐 라고 묻곤 하신다”며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으니 페르소나로 한정지어 봐주시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은 바 있다.
이처럼 A감독의 페르소나라는 타이틀은 배우들의 연기 폭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수 도 있다. 물론 페르소나라고 해서 모든 작품에 캐스팅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대중들이 그들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연관되는 부분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A감독과 그의 페리소나의 만남은 대중들이 더욱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작품이 기대와 만큼 흥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김용화 감독과 배우 성동일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스터고’의 경우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통해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던 두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흥행을 할 것
A감독과 그의 페르소나의 만남은 득과 실이 존재하기에 좋다고 말할 수도 없고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믿고 볼 수 있는 이들의 활약만큼은 팬들에게 있어 흥행에 상관없이 즐겁다.
안하나 기자 ahn11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