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하는 국회의원들 수준과 답변하는 장차관과 공기업 사장들 수준을 보고 웃음도 나고, 때로는 화도 나시나요?
국감은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와 국민 세금을 쓴 정부로서는 일년 중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입니다.
그냥 설렁설렁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난 닷새동안 진행된 국감에서 몇가지 짚어볼 대목을 좀 살펴볼까요?
어제 건설근로자 공제회에 대한 국감에서는 감짝 놀랄만한 자백이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공제회 전 이사장과 감사가 평일 골프장 근처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따져 물었습니다.
▶ 인터뷰 : 이종훈 / 새누리당 의원
- "더 어이없는 것은 저게 다 골프장에 관한 것이고요. 저 중에서 색칠해 있는 것은 다 주중입니다. 업무일이에요."
▶ 인터뷰 : 정 모 씨 / 건설근로자 공제회 감사
- "저는 골프를 칠 줄 모릅니다. (법인)카드는 제가 그 모임의 주체기 때문에 골프를 칠 줄 몰라서 그 인근에 있는 식당에 가서 식사대접하고 다시 올라왔습니다."
▶ 인터뷰 : 홍영표 / 민주당 의원
- "공제회의 업무추진 카드를 친구나 친지한테 빌려준 겁니까?"
▶ 인터뷰 : 정 모 씨 / 건설근로자 공제회 감사
- "빌려준 게 아니고 제가 그 모임의 주체기 때문에 저는 골프를 칠 줄 모릅니다."
▶ 인터뷰 : 홍영표 / 민주당 의원
"모임을 얘기해보세요 어떤 모임이에요?"
▶ 인터뷰 : 정 모 씨 / 건설근로자 공제회 감사
-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국회에 20여년을 근무를 했습니다. 보좌관들입니다. 현직 보좌관도 있고 전직 보좌관도 더러 있습니다."
정 모씨는 자신이 여야 보좌관 출신들의 모임인 국회 입법 정책 연구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법인카드로 그 보좌관들 골프 접대를 했다는 겁니다.
곧 접대받은 의원 보좌관들 명단이 공개됐고, 위원회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른바 막노동을 하는 건설근로자들이 일당을 받아 몇 천원씩 적립한 기금으로 운영하는 공제회가 국회의원 보좌관 접대를 위해 업무추진비
를 펑펑 썼더니 기가 찰 일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보통 국감장에 나온 증인들은 각종 의혹에 대해 부인하기 마련인데, 스스로 자백을 했다는게 놀랍습니다.
단순 말실수인지, 아니면 평소 '갑' 행세를 하면 이것 저것 요구하는 의원 보좌관들에게 화가 나 한방 먹인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장차관과 공기업 사장들의 답변도 재미를 넘어 씁쓸함을 던집니다.
잠깐 볼까요?
▶ 인터뷰 : 윤진숙 / 해양수산부 장관(15일 국감)
- "(해수부나 지자체에 신청이 안 됩니다. 알고 계십니까?) …. (수산물 이력제에 참여하려 해도 해수부에 신청이 안 돼요.) 수협에다가…. (네? 수협에 하다니요.) 이력제 수협 아닌가?"
▶ 인터뷰 : 윤진숙 / 해양수산부 장관
- "(수산물 이력제 예산이 얼마죠?) 예산은…. 제가 지금…. (15억) 15억이랍니다. 15억입니다."
▶ 인터뷰 : 박민수 / 민주당 의원(16일 국감)
- "인터넷 구매 대행을 통해서 일본 수산물이 수입된답니다."
▶ 인터뷰 : 윤진숙 / 해양수산부 장관
- "일본 수산물이라고 쓰여 있으면 아마 사드시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 인터뷰 : 박민수 / 민주당 의원
- "일본 수산물이라고 쓰여 있나요?"
▶ 인터뷰 : 정몽준 / 새누리당 의원
- "고위 책임자들이 그런 생각 한다는 건 삼권 분립의 원칙,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 인터뷰 : 이영찬 / 보건복지부 차관
- "(야당 의원들 평소 발언 정리해 국감 대응 논리를 만든 문건과 관련)담당 과 차원에서 사무관이 작성을 해서 그것을 참고용으로 제공을 하게 됐습니다."
▶ 인터뷰 : 조정식 / 민주당 의원
- "(현오석 부총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 관련)처음에 반포 주공 아파트 전세 끼고 사셨을 때 전세금 얼마였는지 아세요?"
▶ 인터뷰 : 현오석 / 경제부총리
- "청문회 당시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인터넷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물고기에 일본산이라 쓰여 있다고 믿는 해수부 장관, 자신의 집 전세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부동산 대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
어떻게 보십니까?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허탈해지기도 합니다.
국감장의 말은 뼈 있는 말도 있고, 황당한 말도 있습니다.
더 볼까요?
"이태원에 있는 월X이 좋습니다" (새누리당 모 의원이 즐겨찾는 막걸리집을 묻자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왈)
"변장을 해서라도 다녀와라. 안 들키는 방법은 내가 10가지 넘게 가르쳐주겠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변영섭 문화재청장에게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을 찾아가 고종황제 투구 등 도난 문화재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항의하라며)
"저도 알몸 검색기 들어가 봤는데 자세하게 안 나온다"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알몸 검색기'가 심각한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민주당 박기춘 의원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한테 (도전)해 봤자 본전도 못 찾는다" (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발언 도중 거센 항의를 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질타하면서)
"대학 안나오면 사장 못하나?" (김철 동양네트웍스 사장이 취임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불쾌감을 표하며)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못하는 것처럼, 여당이기에 부자감세를 부자감세로 못 부르는 건 이해한다" (부자감세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에 대해)
국감이 지겹다는 분들도 있지만,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국감은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두눈 똑바로 뜨고, 내가 낸 세금이 헛되게 쓰이지 않았는지, 또 내가 뽑은 국회의원이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는지, 또 정부와 관료는 믿을 만 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다음 선거때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국감장에 눈과 귀를 열어두려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