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전체적으로 브라질의 전력이 워낙 앞섰기 때문에 특정 선수의 활약상을 조명하기는 너무 어려웠던 경기다.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독보적인 플레이를 펼쳤던 이청용을 비롯해 구자철도 김보경도 후반에 투입된 손흥민도, 한국이 자랑하는 유럽파들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기성용 역시 도드라지지는 못했다. 동료들과 실전에서 호흡을 맞춘 것도, 대표팀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상암벌을 누빈 것도 오랜만인지라 플레이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경기외적 부담들까지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대표팀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은 느꼈다.
브라질의 강한 창을 의식한 역할 부여부터 기성용의 플레이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심리적인 면도 한몫했다. 반성은 여기까지면 됐다. 이제 기성용의 기질이 필요하다. 사진(상암)= 김영구 기자 |
전반적으로 한국이 부족했다. 현재 브라질대표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간판선수들이 총출동했던 삼바군단은 확실히 강했다. 화려함보다 언제 어느 때고 원하는 플레이를 펼치는 그네들의 기본기에 더욱 놀랐던 경기력이다. 필요할 때 빠르게 뛰었고, 주는 사람의 패스와 받는 사람의 터치 모두 일품이었다. 공격 상황에서든 수비 시에든 협력은 기본이었다. 한국이 배울 것이 많았던 평가전이다.
이 경기에서 기성용은 수비형MF로 출전해 전체적인 경기 조율에 초점을 맞췄다. 파트너로는 한국영이 나왔다. 수비력이 좋은 한국영과의 조합부터, 수비라인 바로 위에서 좀처럼 전진하지 않았던 기성용의 반경까지 역시 브라질의 ‘창’을 의식했던 배치다.
부여받은 역할 자체가 적극적이지 않았던 기성용이다. 공격가담은 거의 자제했다. 기성용이 공을 가지고 전진하다 빼앗길 시 곧바로 뚫리는 것이 두려웠던 지시였다.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았다. 기성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거름종이의 효과였다. 후방에서 공을 간수하는 모습도 기성용이라는 컨트롤 타워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쉬운 것은 역시 공격 시의 답답함이다. 기성용이 뒤로 물러서면서 전방 공격수들과 간격이 상당히 벌어졌다. 공의 배급도 여의치 않았고, 공격이 차단했을 시 한국 수비지역까지 빠르게 내려왔던 것도 벌어진 공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기성용의 움직임이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던 아쉬움이다.
기성용은 스스로 컨트롤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플레이에서도 흥분을 자제했고 심리적인 면에서도 침착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네이마르를 비롯해 브라질 선수들의 얄미울 정도의 지능적인 플레이에 이청용 등 일부 선수들이 흥분했을 때도 기성용은 말리는 역할에 충실했다. 예전의 ‘기질’을 떠올린다면 낯선 컨트롤이었다.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브라질전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정도에서 평가가 그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가능성은 확실히 보았다. 공의 간수 능력, 몇 차례 나왔던 후방에서의 과감하고 정확한 전진패스, 그리고 데드볼 상황에서의 프리킥 능
팬들과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이 가미된, 반성에서 나온 소극적인 플레이었다면 이제는 용기가 필요해 보이는 기성용이다. ‘사과’를 둘러싼 소모적인 왈가왈부는 이쯤에서 정리해야한다는 여론이다. 브라질로 향하는 홍명보호를 위해, 이제 기성용의 기질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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