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9월의 마지막 날은 홍명보 감독이 오는 10월12일 세계최강 브라질과의 평가전을 치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날이었다. 어지간한 기사들은 시쳇말로 ‘묻힐’ 수밖에 없는 날이다. 더군다나 ‘뜨거운 감자’ 기성용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고, 박주영은 다시 제외됐으니 K리그 기사들은 좀처럼 명함을 내밀 수가 없던 날이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황선홍 포항 감독은 이날까지도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올림픽대표팀 감독 유력설 및 고사설 그리고 이어진 포항과의 재계약설이 합쳐지면서 어지간한 대표팀 관련 기사들보다 축구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가장 확실한 진위파악은 당사자의 입을 통하는 것이다.
황선홍 감독이 올림픽대표팀 감독직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설명했다. 당장 제안도 없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진 않는다. 하지만, 대표팀 감독은 궁극의 꿈이라 했다. 사진= MK스포츠 DB |
일단 올림픽대표팀 연루설은 ‘설’이었다. 하지만 포항과의 재계약은 ‘사실’ 쪽이다. 황 감독은 “구단과 논의 중이다. 세부적인 것만 남아 있다. 구단에서 며칠 안으로 발표할 것”이라면서 “난 가만 있는데 여기저기서 이상한 기사가 나오니까 구단에서 당황한 것 같다. (재계약이라는 게)하루아침에 덜커덕 되는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기다려 달라”는 뜻을 전했다.
결국 지금 황선홍 감독과 연결된 고리는 ‘포항’이다. 몸도 생각도 포항 쪽으로 쏠려있다. 황 감독은 “알다시피 지금은 너무 중요한 상황이다. 제안이 오지도 않은 문제를 가지고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오퍼도 없는 것(올림픽대표팀 감독) 고민할 시간에 포항이 처한 현실에 집중해야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라는 뜻을 전했다. FA컵 결승에 진출해 있고, 박빙의 우위지만 정규리그에서도 선두를 지키고 있는 지금, 집중할 곳은 당연히 포항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황선홍 감독의 뜻을 ‘대표팀은 관심없다’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분명 나중에 연결될 수 있는 고리다. 그 ‘나중’이란 기간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황선홍 감독에게 만약 제안이 들어오면 어떠하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은 “만약 대표팀에서 제안이 들어온다면 대단한 영광 아니겠는가”라면서 “A대표팀이 아니라 올림픽대표팀이라는 게 문제되진 않는다. 나라에서 부름을 받는다는 것은 분명 영광이고, 나를 찾아준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니 또 영광”이라는 말로 당연히 행복한 고민이 될 것이란 뜻을 전했다.
이어 “누누이 말했듯, 난 대표팀 감독을 맡는 것이 꿈이다. 단순히 말하는 목표와는 또 다른 꿈”이라면서 “지도자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때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내가 처한 환경에 집중하면서 최선을 다해 순리대로 가는 것이 맞다”는 말로 언젠가 다가올 그때를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덧붙여 그는 “지금은 내가 포항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비단 성적뿐이 아니다. 내가 떠난다고 포항 축구가 끝나는 것은 아니잖는가. 유소년 시스템 등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정리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면서 “포항과 몇 년 계약을 하든, 다른 팀을 맡든 내 마음가짐은 똑같을 것이다. 기본적인 방침은 똑같다. 지금껏 그랬듯 순리대로 갈 것”이라는 포부
‘순리대로’는 황선홍 감독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다. ‘정도(正道)’의 다른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억지로 거스르다보면 탈이 나는 법이고 결국은 흐르는 것과 어울리는 것이 바른 길을 가는 방법이라는 지론이다.
황새의 품은 넓다. 황선홍 감독이 품고 있는 생각도 넓다. 그의 꿈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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