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KBS 2TV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를 진행하며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개그맨 아니냐”는 오해를 살 정도로 유려한 입담을 자랑해 온 유희열은 Mnet ‘방송의 적’ 마지막회에 깜짝 출연해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 고정 크루 합류 소식을 알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2년 만에 열리는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 전격 참여하며 얼굴만 봐도 미소가 지어지는 코믹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예능가를 강타한 ‘유희열 사태’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유희열이 본격 예능 행보를 띠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전망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음악에 집중해 온 시기를 지나 어느 정도 유예해뒀던 ‘필살기’를 대방출 하는 모습이지만 그 배경에는 많은 고민과,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조심스러움이 숨어 있었다.
유희열은 6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M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이런 저런 (예능) 제안을 받아왔으나 음반 작업으로 인해 고사해왔었다. 모든 것을 음반 작업 이후로 미뤄놨었는데 이제 음반 작업이 어느 정도 끝났고, ‘SNL 코리아’ 합류 역시 타이밍이 맞아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한도전’도 마찬가지다. 그는 “2년, 4년 전부터 ‘무도’ 가요제를 같이 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는데, 이번에 또 받게 됐다”며 “음악을 할 수 있는 부분 중 가장 유머러스한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무한도전’이라고 생각했다”고 함께 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본인이 가진 만큼을 꺼내놓고, 그에 대한 화답이 뜨거운 만큼 유희열은 현재 활동 중인 그 어떤 40대 뮤지션보다 핫 하다. 스스로 역시 이런 분위기는 감지하고 있다. 현 시점, 그는 적당히 겸손하고 또 적당히 당당하게 현재를 즐기고 있는 듯 하다.
유희열은 “최근 가까운 분들과 이런 얘기를 했다. 전성기는 절대 아니고, ‘제 2의 시기’가 살짝 온 것 같다는 얘기. 마흔 중반의 나이가 됐는데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를 다시 한 번 시도해보는 단계이기도 하다”며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그릇, 라디오는 도전이라고 얘기하기보단 치유의 단어가 어울리는데, 지금은 도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6년 만에 내놓는 정규 7집 앨범 작업 역시 막바지 단계. 발매 시기는 정확히 “올해 안”이다. 유희열은 “음악인으로서 12년 동안 두 장의 앨범을 내는 것이다. 너무 더딘데, 음악이라는 건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조심스럽기도 하고 제일 어려운데 행복하기도 하고, 또 제일 잘 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결과적 그리고 역설적으로, 최근 눈에 띄는 그의 행보가 뮤지션의 외도가 아닌 결정적인 이유다.
한편 유희열은 7일 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SNL 코리아’ 내 ‘위켄드 업데이트’를 통해 고정 크루 신고식을 갖는다. 유희열은 향후 ‘위켄드 업데이트’에서 기존 풍자와 촌철살인을 뛰어넘는, 자신만의 편안한 화법으로 코너를 꾸려갈 계획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