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타닥타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가득한 사무실에 들어선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김민홍은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리더니 “다들 뭔가를 쓰고 계신다”며 관심을 보였다. 눈보다는 귀로 사무실을 훑어 내리는 그였다.
멤버 송은지가 도착하기 전, 잠깐의 수다를 떠는 동안에도 김민홍은 계속해서 현장에 있는 물건들에 관심을 보이며 만지작거리고, 두드려댔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가 ‘노이즈’라더니 이런 식으로 어필을 하려나 싶었지만, 몇 차례 대화가 오가고 나니 ‘소리’는 그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파스텔뮤직 제공 |
“평소 소리와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보통 노래를 들려줄 때 ‘이 노래 좋지’가 아니고 ‘이 소리 좋지’라고 물어본다. 앨범 속에 있는 드럼, 건반, 베이스 소리로 들리는 것들 역시 다 직접 만든 소리다. 모두가 흔히 쓰는 소리들을 배제하고 나만의 소리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엔 의아해 하시지만, 지금은 다들 적응이 됐는지 잘 들어주신다.”(민홍)
이번 앨범 작업은 사운드 엔지니어 강경덕의 소품들이 대거 활용됐다. 김민홍과 함께 지난 2011년부터 ‘단편 숏컷’이란 이름으로 소음을 이용한 음악적 실험을 벌여온 강경덕이 갖고 있던 소품과, 새롭게 찾은 소음들이 이번 앨범의 곳곳에 편입되어 있었다. 이 앨범은 ‘단편 쇼컷’의 연장선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2011년 인도 여행을 하던 중 영감을 받은 김민홍이 송은지에게 곡을 보내고, 무려 2년 후인 올해 4월에나 되어서야 완성된 곡이 바로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순간’이다. 이들은 앨범의 윤곽이 잡히자 여느 때처럼 마무리를 위해 제주도로 내려갔다.(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매번 음악 작업을 할 때마다 서울을 떠난다는 설명이다) 이번엔 사운드 엔지니어 강경덕도 함께였다. 그렇게 제주도에서 작업이 시작되고 이들은 ‘비 내리는 새벽, 시내의 도로 소리’ ‘해안 동굴의 물소리’ 등 온갖 소리들을 채집해 음악에 녹여냈다.
사진=파스텔뮤직 제공 |
“이번 앨범의 변화가 급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저에게는 모두 한 순간순간을 담아낸 음악일 뿐이다. 우리 음악을 꾸준히 들어온 사람들 중에는 이 같은 변화를 자연스럽게 느끼는 사람들도 꽤 있다. 어쩌면 이번 앨범에 대한 자신감일 수도 있지만 그간의 이미지를 조금은 닫아야겠다고 생각했다.”(민홍)
일부에겐 갑작스러울 수도 있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앨범이 그저 ‘변화’가 아닌 진짜 이들의 색깔이라는 점은 이번 앨범 수록곡들의 탄생 년도를 통해 입증됐다. ‘이프 유 리브’(If You Leave)는 2008년, ‘해피 론리 데이’는 2006년, ‘다가온 이야기’ ‘아름다운 것’은 2009년에 만들어졌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들은 온갖 ‘소리’들을 음악에 담아내는 시도를 해왔던 것이다.
“우리는 앨범을 만들 때 ‘마음을 먹고’ 만들지 않는다. 그냥 각자의 길을 걷다 시간이 맞으면 내가 음악을 만들고, 거기에 은지가 가사를 붙이는 식으로 곡 작업이 진행된다. 내 별명이 ‘10년째 대기 중’이다.(웃음) 그만큼 곡을 쓴 후에 은지가 가사를 붙이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예전에는 ‘빨리 나왔으면…’하는 바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서로 잘 알아서 무작정 기다린다.”(민홍)
사진=파스텔뮤직 제공 |
“물론 긴장을 하지 않을 때도 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긴장한 채 무대에 오른다. 사실 옛날에는 의무적으로 공연을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공연 때마다 새로운 재미들을 발견하고,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이 공연은 우리랑 안 맞아’라는 식의 태도가 있었지만 하면 할수록 공연은 우리를 오픈시키고, 단련시킨다.”(은지)
2년 만에 ‘우리 색깔’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의 앨범을 갖고 나온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이번에도 역시 기분 좋은 긴장감을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