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명준 기자] 한국 공포영화가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스토리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피칠갑을 한 채 뜬금없이 나타나는 모습이나 시도때도 없이 음산한 음향을 들려주며,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왜’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납득시키기는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내면적으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보다는 깜짝 깜짝 놀래키는데만 집중하다보니, 가뜩이나 현실 세계에서 공포감을 느끼는 관객들이 쉽게 티켓을 구입할리 만무했다.
엄기준과 이시영이 주연을 맡은 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이하 ‘더 웹툰’)은 이런 면에서 어느 정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적어도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이유를 관객들이 몸서리칠 수 있게 설명했고, 촘촘히 짜여 스토리를 통해 몰입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실상 ‘더 웹툰’도 여타 공포영화처럼 초반에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스산한 음향과 깜짝 깜짝 놀라는 장치들을 여럿 풀어놓는다. 공포영화를 썩 좋아하지 않는 관객 입장에서는 ‘다 똑같은 공포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반에 이르는 시점부터는 공포와 스릴러가 결합되면서 죽음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다는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이 ‘왜’는 커다란 공포로 다가온다.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웹툰이라는 장치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다. 자칫 끔찍하게 보일 수 있는 장면들을 실제 웹툰으로 처리해 관객들이 느끼는 ‘피칠갑식 잔인함’의 정도를 일정 부분 덜어냈다. 여기에 휴대전화나 인터넷으로 웹툰을 즐기는 세대에게는 한층 친근하게까지 다가갔다.
이러한 여러 장치들과 효과를 극대화시킨 것은 배우들의 몫이었다. 주연배우인 엄기준과 이시영, 현우 뿐 아니라 문가영, 권해효, 김도영의 연기는 현실과 과거 그리고 망각이라는 세 가지 세계를 매끄럽게 연결시켰다.
특히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 류의 영화에만 등장해 달달한 연기를 선보였던 이시영은 이번 영화에서 ‘호러퀸’으로서 합격점을 받았다. 일부 장면에서는 다소 과장된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관객들이 거부감을 들 정도는 아니었다. 이시영을 유명 작가로 만들어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물론 후반부에서 약간 힘이 떨어진 것은 조금 아쉽다. 마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던 고무줄이 갑자기 늘어진 기분이랄까. 반전이라고 제시는 했지만, ‘와’하는 반응은 나타내기 어려울 듯 싶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