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와 셀린의 사랑은 어떻게 됐을까.
1995년 영화 ‘비포 선라이즈’(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후속작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 전 세계 영화팬들은 괴로워했다. 동경해왔던 사랑의 신화가 퇴색돼 버릴까 두려워서였다.
미국 남자 제시와 프랑스 여자 셀린. 두 사람은 유레일 한 기차 칸에서 우연히 만나 목적지도 아닌 곳에 내려 ‘하루’라는 시간을 소요한다. 하루는 사랑을 나누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약속했다. “6개월 후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 관객들은 내멋대로 상상을 펼칠 수 있는 백지 한 장을 받고 영화관을 나섰다.
그리고 9년이 흘렀다. 관객들은 원치 않게 답안지를 건네받아야만 했다. 알고 싶지도 않았는데 심지어 답까지 틀려버렸다. 제시와 셀린의 재회는 잔인하게도 불발되고 말았던 것.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해 버린 제시와 싱글인 셀린의 만남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
그리고 또 한 번 9년이 흘러 2013년이 됐다. ‘비포 미드나잇’이 그 수수께끼의 답을 안고 돌아왔다. 보나마나 뻔한 답일까 싶었는데, 주인공들은 어느덧 결혼 7년차 부부가 돼 있었다. 사랑의 결실인 두 쌍둥이 딸을 둔 평범한 40대 부모가 됐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이 세 편의 ‘비포’ 시리즈는 ‘동경’으로 출발해 기꺼이 ‘일상’이 됐다. 스페셜함의 권력을 누리길 포기하고 현실에 힘을 실어준 것.
18년 동안 감독과 주인공은 바뀌지 않았다. 그 틈에 두 주인공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는 감독 데뷔를 했다. ‘비포’ 시리즈가 진정한 의미의 공동 창작이라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세 명의 영화 감독은 ‘비포 선셋’부터 함께 대본을 썼다. 이후 서로의 영화 작업에 서로 조언을 하며 돈독한 관계를 쌓아오다 ‘비포 미드나잇’을 통해 절정의 케미스트리를 선보였다.
9년 후 50대가 된 이들의 사랑의 모양은 어떨까. 사랑의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염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