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취임한지 정확히 100일이 되었습니다. 100일간의 행보에 대해 상당히 엇갈린 평가가 있지만 대북문제만큼은 잘했다, 선방했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유 장관께서는 지난 정권에서 외교부 장관을 3년 동안 하셨죠?
-그렇습니다.
▶ 전 정권과 지금의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상당히 어려운 질문일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박근혜정부도 보수정부라는 면에서, 북한에 대해선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고 원칙 있는 대화를 하고자 하는, 그래서 원칙을 중요시 생각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 포기시키는 정책적인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큰 차이가 없다고 하셨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비핵화 정책이라고 해서 비핵화가 우선되어야 대화와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에 지금 정부는 비핵화는 비핵화대로 추진하고 대화는 대화대로 신뢰를 쌓아가면서 하자는 기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이야기 합니다만 이명박 정부에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 추진했습니다. 물론 비핵화가 전제되어야 대화를 하겠다는 정책.. 인도적인 측면에서 북한에 원조를 제공하고 대화를 하지만 과거와 같이 대화를 위한 대화, 원칙이 없는 대화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볼 땐 현 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정부에서도 그렇고 이번 정부에서도 신뢰프로세스를 한다고 해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고 여러 가지 대외적인 상황으로 우리가 대화를 할 수 없게끔 만들어가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얼마만큼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불행하게도 우리 내부적으로 의견의 일치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북 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문제점이 되고 있는 겁니다.
▶ 장관님께서도 그 부분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셨던 것 같은데요.
-그렇죠. 미국과의 공조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국제사회에서 북한 핵문제를 보는 눈은 매우 엄격합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의 식량 원조나 경제 원조가 있을 순 없겠죠. 지난번 3월에도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한 후에 워싱턴과 한국을 핵무기로 선제공격하겠다고 위협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을 생각할 때 우리가 북한 핵무장에 대해선 정책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현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개성공단이 이명박 정부 때도 위기상황이 많이 있었음에도 폐쇄된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만약 안전만 보장되면 계속 지켜가야 된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사건 때도 우리가 대북경제 제재로 북한에 여러 가지 압력을 가했습니다만 개성공단은 우리가 대북제재에서 제외시킨 것도 상징적으로, 남북의 미래를 볼 때 중요한 사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하기 위해서라도 개성공단이나 민간교류를 통해서 지속적인 북한과의 교류를 하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지금 모든 게 막혀 있잖아요. 박근혜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주안점을 둬야 할까요?
-저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취하는 조치가 매우 합리적이고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4월 3일 날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5만 3천명의 노동인력을 하루아침에 아무 통보도 없이 철수시키고 계속 그런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에 우리가 남은 잔류 인원까지 개성공단을 철수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북한이 몰고 갔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 우리 새 정부가 취할 다른 어떤 조치도 없는 형편 아니겠습니까.
▶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입장에서는 책임은 분명 북한에 있지만 북한의 변화 내지는 약속을 바라고 계속 기다리고 있기엔 피해도 막심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정부쪽에서 보상을 해 주겠다고 했지만 답답한 심정일 것 같아요.
-저도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박근혜정부, 통일부에서도 여러 번 당국자간의 대화를 제의했지만 거기에 대해 북한은 거절을 하면서 민간 기업 쪽에는 팩스를 보내 방북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우리로선 이해하기 어렵죠. 우리 정부가 있는데 정부와는 상대 하지 않고 마치 북한의 통치권이 한국에도 미치는 식으로, 민간하고 직접 대화해서 풀겠다는 것은 우리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 아니겠어요.
▶ 최근 꽃제비 강제 북송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외교부 장관 시절에도 이 부분과 관련해서 중국과 얘기해본 적이 있으시다 고요?
-여러 번 했고요. 지금 꽃제비라고 하셨는데 그런 표현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요.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국경을 넘어서 온 탈북고아들은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지 보호하고 도와주어야 되겠죠. 그래서 제가 중국에 방문했을 때도 공안부장까지 만나서.. 물론 탈북자 문제만을 위해서 만난 것은 아닙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채 중국에 살고 사업을 하시는 교민들이 많거든요. 교민들의 안전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 예방했었고. 그 외에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인도적인 면을 감안해서 협조를 요청한 적이 있었죠.
▶ 뭐라고 답변하던가요?
-거기에 대해서 중국은 인도주의적, 여러 가지 국제법적인 것을 감안해서 조치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멍젠주 공안부장이 그 이후에 한국에도 방문했습니다. 아주 외유내강의 소유자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 중국 측의 입장은 한결같은 것 같아요. 이번에도 북한쪽의 송환 협조 요청은 안 받았고 합법적인 비자였기 때문에 발급해 준 것 뿐이라고 책임론을 비껴가면서도 난민 문제는 반대한다고 했거든요. 우리정부,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꾸준히 얘기하고 있는 것이 난민문제로 취급해서 원하는 제3국이나 대한민국으로 가게끔 해 달라는 게 우리 측의 요구인데요.
-국제사회도 북한 탈주민을 난민으로 인정해서 유엔 HCR의 도움으로 본인들이 원하는 지역으로 정착하는 것을 우리가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과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그렇게 중국이 선뜻 응하지 않고 있지만 여러 면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대화가 이뤄질 것이고 그 안에서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상당한 협조를 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 요즘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나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우리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가져가려 한다는, 시진핑 체제 이후에 그런 느낌들이 밝혀지고 있는데 왜 탈북자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중국이 일관되게 북한의 손을 들어주는 겁니까?
-중국 스스로가 그 문제에 대해서 아직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민족이 모여서 구성한 것이 중국이고 북한과는 국경에 여러 가지 민감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량으로 북한 주민이 중국 땅으로 넘어가는 것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복잡한 고려가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우리가 줄기차게 중국과의 전략적인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가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6월말에 중국에 정상회담을 갖잖아요. 국빈방문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 탈북자 문제를 비롯한 북한 인권 문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 정부의 입장으로선 북한에서 나오는 탈북 주민의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물론 중국의 반응이 어떨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그 문제는 남북한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인권문제라는 국제 보편적인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제기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늘 나온 기사를 보니까 한국과 중국의 합참의장이 만나서 군사부분에 있어서 전략적 협력을 처음으로 선언한다고 해요. 이 부분과 관련해서 우리가 경제부분에만 치우쳤는데 군사적으로도 서로 교류하고 오고간다면 좋을 것 같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꼭 미국이라는 요소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2008년에 이명박 대통령께서 중국에 방문했을 때 한중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려는데 그때 주 목적은 한중관계를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고
▶ 시간 관계상 오늘 말씀은 여기서 마치고요. 다음 시간에 다시 한 번 모셔서 얘기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