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7경기 동안 4무3패,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이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8라운드 홈경기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지난 라운드 성남 원정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면서 1-2로 패배, 적잖은 우려를 자아냈던 서울이 오랜만에 서울다운 모습을 보였다.
부상으로 성남전에 출전하지 못했던 주장 하대성과 왼발의 달인 몰리나가 가세하면서 다시 베스트 라인업을 구축한 서울은 시작부터 강하게 대구를 압박했다. 3무4패, 대구 역시 첫 승이 간절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전반 15분 하대성-고명진-데얀-고요한으로 이어진 패스가 첫 골을 만들어냈다. 하대성이 중앙에서 왼쪽 고명진에게 내줬고 낮은 크로스로 데얀에게 연결됐다. 결정적인 역할은 데얀이었다. 수비수를 완벽하게 제친 뒤 반대편으로 가볍게 패스했고 이를 쇄도하던 고요한이 밀어 넣으면서 골망을 갈랐다. 올 시즌 전진배치된 고요한의 마수걸이 골이었다.
불과 4분 뒤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이번에는 고명진-데얀-몰리나의 합작품이었다. 전반 19분 상대 공격을 끊어낸 고명진이 하프라인에 위치해 있던 데얀에게 길게 찔러준 패스가 일품이었다. 수비수 1명을 두고 데얀과 몰리나가 함께 뛰어 들어갔고 패스를 받은 몰리나가 왼발로 정확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첫 골과 두 번째 득점을 모두 도왔던 데얀이 세 번째 골의 주인공이었다. 전반 27분 위험지역 박스 안에서 공을 컨트롤하던 데얀을 마크하던 대구의 센터백 유경렬이 파울을 범하면서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키커로 나선 데얀은 대범한 파넨카킥으로 한 가운데로 슈팅, 오른쪽으로 몸을 던진 조현우 골키퍼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전반에만 3골, 승부가 크게 기울었다.
대구가 찬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역습 상황에서 2차례나 결정적인 찬스가 났으나 마지막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져 모두 골문 밖으로 향한 탓에 만회골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상대적으로 서울의 수비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잠재적 불안요소였다.
하대성의 교체아웃도 악재였다. 후반 10분 강한 슈팅을 시도하던 하대성이 갑자기 쓰러졌다. 하대성은 오른발에 통증을 호소하면서 들 것에 실려 나왔다. 공격을 조율하던 하대성의 이탈은 적잖은 손실이었다. 하지만 수비불안과 캡틴의 이탈도 승부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서울의 맹공은 줄어들지 않았다. 데얀 몰리나 에스쿠데로 고요한 등 서울의 공격수들은 대구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대구가 잘 막아내는 듯 했으나 후반 37분 다시 문이 열렸다. 오른쪽에서 오버래핑을 들어간 차두리가 올린 크로스를 몰리나가 헤딩으로 연결하면서 4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쐐기
공히 1승이 간절했던 상황에서 만난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서울만 웃었다. 어렵사리 시동을 거는 데 성공한 서울이다. 반면 대구는 답답하게 됐다. 3무5패, 21일 펼쳐지는 강원FC의 결과에 따라 최하위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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