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다해의 컨디션은 엉망이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독하게 운동하며 기초 체력을 키웠건만, 강도 높은 액션신 때문에 금세 바닥이 났다. 해외와 국내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스케줄, 촬영 현장은 늘 생방송을 방불케 한다.
어렵게 진행된 그녀와의 전화 인터뷰.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의외로 밝았다. “뛰느라 우느라 참 고생이 많아요”라는 기자의 첫 인사에 그녀는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 땐 ‘정말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란 생각도 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그렇게 지내고 있다니까요”라며 웃음을 섞어 고충을 토로했다. 그리곤 “요즘엔 먹어도 먹어도 살이 빠져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라는 농담까지 슬며시 던진다.
“액션신이 많을 땐 크고 작은 부상들이 종종 있었는데 요즘엔 감정 신이 많아 우느라 바빠요. 하하! ‘아이리스2’는 그야말로 제게 모험이고 도전이었는데…벌써 끝을 향해 가고 있어 기분이 묘하네요. 무엇보다 초심의 열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간 정통 멜로에 주력해온 이다해는 ‘아이리스2’를 통해 ‘액션 퀸’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 소화력을 입증해 배우 개인으로선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작품 자체는 크게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특히 시청률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안타까운 상태다. 제작사 측은 장혁, 이범수, 오연수, 임수향 등 초호화 라인업을 완성한 ‘아이리스2’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전작 ‘아이리스’ 보다 작품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니 여주인공인 이다해의 심적 부담감은 오죽할까.
이다해는 이같은 질문에 대해 “많이 아쉽죠. 어떤 작품을 만나도 항상 100% 만족한 적은 없지만요”라며 운을 뗐다.
“촬영 시스템상 항상 생방송처럼 진행되다보니까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날 받은 대본을 정신없이 소화하고 방송을 모니터해 보면 늘 아쉬움이 남았어요. 외부의 혹평, 악성 댓글 등을 보면 솔직히 마음이 아프죠. 스스로 중심을 잡는 게 참 중요한데 아직도 부족한 게 많아요. 김영철, 오연수 선배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죠.”
“김영철 선배님은 연기적으로 제가 부족한 부분에 도움을 주세요. 상대방이 민망하지 않도록 굉장히 세련된 매너로요. 오연수 선배님은 제 ‘롤모델’이에요. 소리 없이 강한,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것 같은 신뢰감이 있어요. 여배우들 간에는 어떤 형태로든 묘한 신경전이 있기 마련인데 언니랑 있으면 기분이 좋고 힘이 나요. 어떤 고민도 망설임 없이 털어놓게 되고요. ‘나도 딱 이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가장 마음에 상처가 됐던 악플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는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이 아닌 지나치게 인신공격적인 댓글”이라고 솔직하게 답하며 웃었다.
“분명히 다양한 지적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해요. 가족들이 열성적으로 모니터를 해주는데 한 번은 형부가 악플들을 보고 마음이 쓰였는지 ‘상처받지 말고 다 관심의 표현이니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해서 개선될 부분이 있다면 고쳐서 더 좋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큰 힘이 됐죠. 그래도 가끔은 채찍과 당근을 좀 섞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또다시 그녀가 특유의 사랑스러운 웃음소리를 냈다. 현장 분위기 메이커로도 정평 난 이다해. 매 작품마다 그녀의 인간성과 노력에 대한 찬사가 끊이질 않는 이유를 가늠할 수 있었다. 솔직하면서도 겸손한 어투와 직면한 문제에 당당히 맞서는 용기가 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흥망을 떠나 이번 작품이 통해 꼭 얻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역시나 유쾌하면서도 겸손한 답이 돌아왔다.
“결국 연기자는 연기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전 아직도 배워가는 단계여서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위해 쌓아야 할 경험이 많은 걸요. 물론 이 긴 여정에서 지치지 않고 식지 않는 열정을 지니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하겠지만요. 이번 작품을 통해 거창한 무엇보다 ‘아, 이다해가 액션도 할 수 있구나. 이런 것도 할 줄 아는 배우구나’ 하는 가능성을 인정받고 싶어요. 부족한 게 많지만 애정을 갖고 끝까지 봐주세요.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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