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내용으로 벌써 세 번째 시즌이 진행 중이다. 그 인기에 번외 편으로 여성 스타 위주로 출연한 ’정글의 법칙W’, ’붕어빵’의 아이들 출연진이 참여한 ’정글의 법칙K’까지 확장됐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관한 관심과 흥미, 진정성이 통했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만의 진정성이 일순간 무너졌다. ’정글의 법칙 in 뉴질랜드’에 참여 중인 배우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 때문이다. 배우를 아끼는 마음에 생긴 해프닝이라지만, 여파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다.
박보영 소속사인 더 컴퍼니 엔터테인먼트 김상유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먹기 싫은 거 억지로 먹이고 동물들을 잡아서 근처에 풀어놓고 리액션의 영혼을 담는다고? 다음엔 뉴욕 가서 센트럴파크에서 다람쥐 잡아라"고 글을 올려 조작 논란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개뻥 프로그램"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며, 호텔에서 맥주를 마시기도 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은 놀랐다. 프로그램 조작에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도 많다. SBS는 바로 해명에 나섰고,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SBS는 "현지 촬영팀에 문의한 결과 폭우로 촬영을 긴급철수하고 호텔에 임시캠프를 마련해 머물고 있는 동안 사기 진작 차원에서 스태프들과 맥주를 마신 것"이라며 "이런 일들은 촬영지를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절대 조작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박보영이 촬영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고생한 것을 보자 최소한의 배려를 해주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상했고, 술 취한 상태에서 개인감정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전했다. 그는 "배우를 아끼는 마음에 격하게 행동했다"고 시청자들과 관계자들에게 사과했다.
시청자 반응은 싸늘하다. "힘들 줄 모르고 갔나?", "방송이 장난인가?",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김샜다", "소속사 대표가 배우를 매장하려 한다"는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소속사 대표로 소속 연예인들을 아끼는 마음은 똑같을 거다. 김 대표를 두둔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해프닝으로 피해를 보게 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승승장구하던 프로그램에 흠집이 가해져 제작진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조작 논란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 또 거짓 없이 방송에 온 힘을 다하고, 콩가개미에 물려 사경을 헤맨 김병만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됐다.
무엇보다 큰 타격은 박보영이다. 이전 소속사와 분쟁을 겪었다가 최근 영화 ’늑대소년’으로 재기 발판을 마련했던 그는 현 소속사 대표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비난을 받게 됐다.
여배우들이 ’정글에 법칙’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많은 이들이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장난이 아니란 걸 몸으로 느끼는 이들이 많다. "100% 리얼은 없다"고는 하지만 방송을 보면 출연진의 고생이 온전히 전해진다.
전혜빈과 박시은 등 이전 여성 출연자들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정글’에서 생활이 힘들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보영은 이들보다 나이도 어리고, 왜소하다. 그 때문에 박보영이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릴 때 더 많은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박보영 측은 ’정글’에 합류하기 전,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한 뒤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결정을 내렸을 텐데 참여하지 아니한 것만 못하게 됐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을 사적인 공간으로 생각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 듯 보인다. 파문이 일자 논란이 된 글을 지웠으나 이미 퍼질 대로 퍼졌다. 글은 기록으로 남겨진다. 기록으로 남겨진다는 건, 언제고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그는 "백번 사죄한다"고 했으나, 한순간에 ’정글의 법칙’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