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시 강서구 신호산업단지에 위치한 르노삼성 공장을 찾았다.
이곳은 24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공장으로 그리 큰 공장이라 할 수 없지만 3교대로 최대 3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실제 이 공장은 부지면적 1650K㎡ 건면적 330K㎡에 불과하지만 연 27만대를 생산하던 초고효율의 공장이다.
하지만 최근 이 공장의 상황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작년말부터 해외발 금융위기를 가장 크게 겪었기 때문이다. 수출물량 감소를 시작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마저 하락하며 지난 1월 17일부터는 생산량 조절을 위해 잔업을 중단하거나 심지어 생산중단을 하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 나온 중형차 'SM5플래티넘'의 내수 인기 덕에 지난 11월부터는 잔업이 재개됐다. 잔업은 현재 근무 형태인 주간 연속 2교대 근무(주간 8+야간 8)에, 주간 근무 조가 잔업 1시간을 추가 근무하는 형태(주간 8+1, 야간 8)로 가동하고 있다.
부산 공장은 스탬핑 공장, 차체공장, 도장공장, 조립공장, 부품공장, 엔진공장, 금형(주조)공장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날은 도장, 부품, 금형공장을 제외한 모든 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나오는 완성차는 총 5차종으로 SM3 CE(수출용 구형), SM3, SM5 플래티넘, SM7, QM5 등이 한개 라인에서 혼류 생산되고 있었다. 각 모델들의 수출용 모델까지 감안하면 생산하는 차종은 10여종으로 늘어난다. 엔진도 1.6 QG, 1.6 H4MK, 2.0 M4R, 2.5, 3.5DZV (VQ) 등 5종이 생산되고 있었다.
이들 공장의 최고 운영 UPH(시간당 생산대수)는 작년 기준 64대로 업계 평균이 40~50UPH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은량이 생산돼 왔다. 이같은 양은 근로자 노동강도를 과하게 증가시키는 면이 있긴 하지만, 선진적인 생산 체계가 뒤따라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날 공장을 둘러본 몇몇 전문 기자들은 공장의 설계가 매우 선진적이라고 말했다. 처음 공장이 만들어진 96년부터 앞선 설계를 한 덕분에 지금까지도 공장 자체의 설계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할 만 하다는 설명이다.
◆ 4가지 플랫폼, 5가지 모델 혼류생산 비결
"어 저러다 부딪치는건 아닌가"
여러 기자들이 공장을 둘러보는 가운데도 무인 운송차량이 기자들 틈을 비집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 무인 차량에는 센서가 있어 사람에게 부딪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마치 미래의 생산공장 같았다. 이 공장 시스템이 벌써 15년이 넘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우선, 에러 프루프 시스템(Error Proof System) 이 갖춰져 있다. '바보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의 “Fool Proof System”을 지금은 실수를 방지해주는 시스템, “Error Proof System”라는 이름으로 변경해 부르고 있다. 이 시스템은 부품 공급박스에 램프를 부착해 해당 조립에 필요한 박스가 점등 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작업자가 사양 오류 등 실수를 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 블록&키트 방식은 정해진 작업 구간에 필요한 부품만을 묶어 키트라는 특수 제작된 공급 박스에 넣어서 공급하는 것이다. 물류 작업자가 에러 프루프 시스템을 통해 작업구간에 해당되는 부품을 키트에 투입하면 무인운송차(AGV-Automatic Guided Vehicle)가 라인 곁에 공급한다. 이 키트 또한 설계시 동선을 고려해 좋은 작업자세로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 및 근골계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전수검사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ECOS(Electrical Check Out System) 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모든 전장 제품의 연결상태 확인 및 조립되어야 할 전장 부품에 대한 사양 오류가 있는지를 전수 검사한다.
이외에도 여러 모델을 함께 생산할 수 있도록 교환 방식의 샤시부품 조립 설비의 도입, 차량 정보 시스템을 이용한 조립되는 부품과 조립되는 차량과의 정보를 상호 비교 확인하는 등 유연한 생산 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또 프로세스 표준화 (볼트 및 너트 공용화, 동일 기능 부품의 조립 순서 동일화 등)를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 및 적용하고 있다.
김한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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