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김 모 씨(52)는 최근 가족들이 내년까지 먹을 김장을 마친 후 지속적인 허리 통증을 느끼고 있다. 올해에는 분가한 자녀들이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양을 만들기 위해 예년보다 더 많은 양의 배추와 무를 다룬 것이 화근이었다. 배추를 절이고 씻는 과정에서 허리 통증을 느꼈음에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작업을 강행한 것이 원인이었다. 김 씨는 정형외과를 찾아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있지만, 통증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겨울철 주부들의 가장 큰 일거리인 김장 후에는 허리와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거운 배추와 무 그리고 김치통을 들면서 허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 요통과 무릎 통증이 발생한 것이다.
튼튼병원(은평, 구로, 장안동, 구리, 의정부, 대구, 노원, 청담 네트워크)이 지난해 11월 21일부터 12월 16일까지 김장철을 맞아 허리·무릎·손목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40대 이상 여성환자 345명을 조산한 결과, 허리 환자가 142명·무릎환자는 97명·손목환자가 7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상호 청담튼튼병원 원장은 “김장 후 허리 통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잘못된 자세 때문”이라며 “허리를 구부린 채 배추와 무를 씻고, 무거운 김치통을 드는 동작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때 무릎을 굽히지 않고 허리의 힘을 이용해 든다거나, 갑자기 방향을 바꾸며 허리를 일으키면 요추가 큰 충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장을 하는 데는 하루 반에서 이틀 정도가 소요되는데 배추·무 등 재료를 사다가 다듬고 절이는데 하루가 소요된다. 절여진 배추는 무게가 2배 이상 증가하므로 이를 씻고 절이고 헹구고 나르다 보면 허리를 삐끗하기 쉽다.
특히 40대 이상 여성은 허리 인대나 근육이 약해져 있고, 폐경기 전후로 뼈와 연골을 보호해 주는 에스트로겐이 감소했기 때문에 김장 중에는 요추염좌나 허리디스크 같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 허리 삐끗, 요추염좌 발생 가능성 높아
김장 중에는 흔히 허리를 삐끗했다고 말하는 증상인 요추염좌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요추염좌는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났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렸을 경우, 허리를 지탱해주는 인대와 주변 근육이 늘어나거나 파열돼 발생한다.
증상이 가벼울 때는 간단한 물리치료와 휴식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지만, 통증이 심할 경우에는 통증 부위 신경을 차단하는 신경차단주사로 통증을 관리할 수 있다.
허리를 삔 것을 일시적인 통증으로 간주하고 치료를 제때 받지 않으면 만성화돼 허리디스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약해진 허리, 디스크 유발 주의해야
평소 허리 근육이 약했던 사람은 잘못된 자세로 김치통을 들다가 척추뼈 사이 인대가 늘어나, 허리 디스크 주위의 섬유테가 찢어져 급성 허리디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김장을 담글 때는 되도록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하기 보다는 식탁 위에 재료를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서 작업하는 것이 좋다.
또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물건을 몸에 바짝 붙여서 무릎을 함께 굽혔다가 피면서 일어나 허리 부담을 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일하는 중간마다 스트레칭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김장이
한상호 원장은 “허리 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허리 운동을 하고, 매일 20~30분가량 꾸준히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수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만약 1주일이 지나도록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석영 매경헬스 [hansy@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