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은 4일 오전 서울 상암동 한 음식점에서 취재진과 만나 KBS JOY 신규 프로그램 ‘XY그녀’ MC를 맡게 된 속내와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소감을 밝혔다.
‘XY 그녀’는 국내 최초의 트랜스젠더 집단 토크쇼로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 여자의 삶을 살고 있는 트랜스젠더들이 남녀 심리 차이로 인해 생기는 연인간의 갈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 고민 해결 과정을 통해 사랑과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아직까지 국내 정서가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들에게 관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선택이 다소 조심스러웠을 수도 있을 법 한 일. 하지만 신동엽은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먼저 입을 뗐다.
신동엽은 “개인적으로 내가 굉장히 의식 있고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아니다”고 밝히면서도 청각장애를 가진 형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 방송에서 공개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신동엽은 “당시 사람들은 굳이 그런 걸(형의 장애를) 방송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못 했다. 그는 우리 형이지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닌 거다. 그냥 우리 식구일 뿐인데 일부러 어떤 상황을 연출하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함께 MC로서 호흡을 맞추게 된 오랜 친구이자 동료 홍석천의 커밍아웃, 그 후 그의 아픔에 공감하며 응원하게 된 점 역시 한 몫 했다. “(홍)석천이가 사회적 편견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극소수자를 대신해서 조금씩 사회에 알리려고 하는 부분들이 너무 자랑스러웠다”는 신동엽은 “석천이의 개인적 취향에 대해 나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그저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 뿐이다”고 말했다.
신동엽은 “소수자들이 인권을 유린당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사회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자기의 실체를 알리다 보면, 그들을 비판하고 염려하더라도 잘못된 것이라고 하진 않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프로그램 MC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도 충분히 예상했다고 했다. 그는 “그들도 똑같은 우리나라 사람이고, 별반 다를 바 없는 건데 그들과 함께 하는 방송에 내가 출연하지 않는다는 건, 우리 가족 모습을 찍을 때 큰형더러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신동엽은 “분명한 것은, 솔직히 나는 아직까지도 100% 이해를 못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존재를,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는 거다. 정치적인 사상이나 철학, 인생관이 다른 사람이지만 서로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고 말했다.
신동엽은 ‘XY그녀’에 대해 “기존 트랜스젠더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사회적 편견의 시선을 담은 다큐 형식으로 보여줬다면, 'XY그녀‘는 값싼 동정에 호소하지 않고 똑같은 인간으로서 인정하고 그들을 패널로 데려와 토크쇼를 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남녀, 시어머니-며느리를 모시고 하는 토크쇼와 마찬가지로 남자의 성을 갖고 태어났지만 여자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데려와 그들의 삶을 나누는 토크쇼”라고 설명했다.
‘XY그녀’ PD는 “남녀의 심리에 대해 다루는 연애 프로그램이다. 남녀의 차이에 의한 트러블에 관한 색다른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기존 접하기 힘들었던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기획했다. 트랜스젠더 미화 조장 프로그램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첫 방송은 6일 밤 12시20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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