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새벽(33)에게서 웃음 코드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맡았던 역할을 가만히 떠올려 보면 웃음기가 가득하다. 미스터리 스릴러 ‘마더’, 사극 ‘방자전’, SF액션 ‘7광구’에서도 의외의 웃음을 터트렸다. 코미디 ‘위험한 상견례’는 말해서 무엇하랴.
“제 역할을 재밌게 봐주시는데 감사하죠. 이제까지 캐릭터들이 너무 좋았어요. 솔직히 제가 맡았던 캐릭터는 누가 해도 돋보이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영화는 송새벽 특유의 장점과 매력이 오롯이 나타난다. “‘이번에도 코믹한 영화를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참여한 건 아니에요. 부정적인 아부를 이렇게 푸는 영화가 신선했죠. 극중 아부가 아니라 ‘감성 영업’이라고 하는데 그 단어도 매력적이지 않나요? 특히 연기자에게 귀감이 되는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웃음)
촬영에 들어가기 전, 생각을 많이 했다. 보험회사 직원으로 나오는 터라 당연히 관계자도 만났다. 보험 영업을 하는 고향 선배를 만나 보험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보험 1개도 없던 그는 선배의 ‘감성 영업’으로 보험 계약을 맺기도 했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영화가 보험회사라는 설정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고요. 특히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 들었는데 전 직장 생활을 안 해봤잖아요? ‘연봉 100만원을 받고 연극은 할 수 있겠는데 직장 생활 이야기를 들으니 단 한 달이라도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아부를 다른 말로 ‘애교’ 정도로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술 먹을 때 선배들에게 애교도 부리고, 적당히 취기가 오르면 깨물기도 한단다. 이번 촬영 현장에서도 그는 적당한 애교를 부렸다. 혀고수로 나온 배우 성동일과 많은 술잔을 기울인 것. 다른 배우들과도 마찬가지였다. 당일 촬영이 끝나고 바로 집에 간 적이 없단다. 인생 선배로서 솔직한 이야기도 들었고, 많은 생각을 해주게 했다고 회상했다.
송새벽은 특히 “성동일 선배가 너무 배고픈 어린 시절, 동생과 통닭을 뼈째 씹어 먹었다고 한 얘기가 기억이 난다”며 “예전에 닭 뼈를 냉장고에 넣고 라면 국물 우려낼 때 사용했던 적은 있는데 뼈째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깜짝 놀랐다”고 기억했다.
자연스럽게 배고픈 시절로 이야기가 흐르는가 싶더니, 유쾌하게 넘어간다. “연극을 하며 저도 10년 정도 고생했죠. 그런데 전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영화를 하고, 또 쉬는 기간이 많지 않고 계속 공연을 할 수 있었죠. 작년 말에는 연극 ‘해무’라는 공연도 했었어요.”
팬이 엄청나게 늘었을 것 같다고 하니 팬들과의 일화를 꺼내놓는다. “연극을 할 때 친구가 팬 카페를 만들어줬어요. 처음에는 50명이었는데 지금은 500명 정도 돼요. SNS 같은 것은 거의 안 하는데 그 카페는 가끔씩 들어가서 봐요. 그 분들 몇 명과 공연 끝나고 맥주를 마신 적이 있어요. 다들 학생이었는데 비싼 티켓 사서 공연도 봐주셔서 맥주를 사드렸어요. 기억에 남아요. 제가 처음에 영화 한다고 했을 때도 무척 좋아하셨어요.”(웃음)
송새벽은 “연기자로서 다른 역할들에 대한 갈망이 크다”고 했다. 그럼 긴 호흡이 필요한 드라마 출연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드라마 출연 섭외도 있었는데 솔직히 무서워요. 아직 전 연극 템포에 맞춰져 있거든요. 드라마는 하루 전에 대본 나오고 당일에도 나온다고 하잖아요. 무대에 섰는데 대사가 기억이 안 나는 꿈도 꿨어요. 깼는데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죠. 안방극장의 소중함은 어렸을 때부터 느꼈죠. TV를 보며 꿈도 꾸고 커왔으니까요. 하지만 아직 그 시도가 무서워요.”
소속사 분쟁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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