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방송에서 경허 대선사(1849-1912)의 열반 100주년을 맞아 그의 흔적을 따라 평화인권 운동가인 로버트 서먼 교수(미국 콜롬비아대 불교학과 교수)가 한국의 선불교 기행을 떠났다.
21세기 실천하는 지성으로 불리는 로버트 서먼 교수는 서양인 최초 동양불교수행자가 되어 승려로 살기도 했다. 헐리우드 배우 우마 서먼의 아버지이기도 한 서먼은 지난 97년 미국, 타임지가 뽑은 미국내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25인 중 한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서먼은 특히 구한말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침탈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치열한 구도행으로 깨달음을 이루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많은 이들에게 선법을 가르쳤던 경허선사의 삶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을 방문했다.
산사순례에 나선 서먼은 먼저 정혜사를 찾았다. 이곳에서 스님들을 상대로 연 강연회에서 “군사주의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세상이지만 진정으로 나라를 지키는 이는 여러분이다. 마치 올림픽 팀 같다”며 스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어 그는 “현실의 삶에서 행복을 찾는 불교가 진정 현실적인 종교다. 불교는 생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인간다운 삶을 되찾는 종교”라며 불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다음날 해인사를 찾은 서먼은 팔만대장경이 있는 장경판전을 찾았다. 팔만대장경을 접한 서먼은 “역사를 뛰어넘는 한국인들의 믿음과 결단은 참으로 훌륭하다. 사실 일본불교는 한국으로부터 왔으며 중국 티베트 몽골에 비해 한국불교는 잘 보존되었다”며 감탄했다.
또한 “한국의 경허 스님이 불교를 부활시킨 것처럼 불교의 부활은 한국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한국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한국불교의 정신을 높이 샀다.
부석사를 끝으로 순례를 마친 서먼은 다시 정혜사로 돌아와 설정 스님으로부터 새 승복을 선물로 받았다. 이어 설정스님은 화두 참구법을 통해 서먼에게 가르침을 선사했고 서먼은
끝으로 서먼은 “이번 여행이 자유와 기쁨 그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을 배웠다. 온 세상을 바꾸는 사랑과 자비의 가르침을 얻었다. 경허의 가르침을 세상 속으로 들어가 실천하겠다”며 여행 소감을 밝혔다.
[mksports@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