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부터 8번째 부름을 받은 ‘칸의 남자’ 홍상수(52) 감독은 덤덤했다. “초대를 받는 게 특별하게 와 닿지 않는다”니 한 번도 자신의 작품을 들고 칸을 찾지 못한 감독들이 들으면 부러워할 터다. 홍 감독은 ‘칸의 남자’라는 수식어에도 “말도 안 된다. 아무 느낌이 없다”며 시큰둥하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건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 즐겁다는 것이다. “칸은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굉장히 중요한 장소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니까. 이런 곳에서 영화를 상영하면 영화가 짝을 찾는다고 할까? 가장 효과적인 장소인 것 같다.”
영화 ‘다른 나라에서’로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홍 감독. 24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해변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그를 만났다. 홍 감독은 “내가 만든 영화들은 개개인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런 반응을 하나하나씩 흡수하면서 ‘내가 만든 게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는 과정”이라고 담담하게 칸에 여러 번 초청받은 소감을 전했다.
“현지 리뷰를 다 읽어 본다”는 그는 모든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했지만 출연배우인 유준상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과 똑같이 표현한 관객 반응을 기억했다. “두 사람이 영화를 볼 때 ‘바람이 서서히 불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전북 부안 모항을 찾은 각기 다른 세 명의 안느(이자벨 위페르)와 해양구조원(유준상) 등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프랑스의 대표적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참여해 화제를 모으더니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올라 눈길을 끌었다.
홍 감독은 이자벨 위페르를 캐스팅한데 대해 “2년 전인가? 파리 시네마테크에서 회고전이 열릴 때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났고 좋은 이야기를 한 뒤 헤어졌다”며 “이후 지난해 5월 사진전 때문에 위페르가 한국에 왔을 때 내가 전화를 했다. 점심식사를 하며 함께 작품을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솔직히 그 때는 모항이라는 장소만 결정된 상태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이자벨 위페르에게 ‘2주 정도 촬영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으니 하겠다고 했다”며 “그 때부터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독특하다. 제작과 연출, 후반작업 과정이 짧다. 촬영 당일 아침에 배우들에게 대본을 줘 즉흥적이라고도 표현된다. 홍 감독은 “언제와 어디서, 또 어떤 인물, 어떤 상황을 결정하고 찍는다는 건 말로 이해하고 행하는 게 아니라 느낌과 감으로 하는 것”이라며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다 보니 쓸데없는 것들을 생략하고 제작환경을 축소시키며 깨달은 게 있다”고 자신의 스타일을 설명했다.
홍 감독은 ‘다른 나라에서’가 전작들과 다르고, 작품들이 점점 밝아진다는 평에 대해서는 개인차라고 했다. “내가 선택한 재료를 내 방식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면 무엇을 발견하고, 또 그게 완결이 되면 나는 할 얘기를 다한 것이다. 그 다음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다만 작품을 하다보면 영화에 뭔가가 더 반영이 된다는 사실은 알게 된다. 얼마만큼 무엇이 더 반영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한 모습보다 편해지는 게 있다.”
지난 21일 공식 상영
한편 27일 경쟁부문 수상자가 가려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칸(프랑스)=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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