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PD를 비롯한 ‘1박2일’ 제작진은 4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오프닝 촬영을 끝내고 제주도 촬영을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촬영 복귀에 앞서 최 PD는 지난 3일 일부 매체와 만나 “프로그램이 망가지는 것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며 잠정적으로 촬영에 복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1박2일’ 복귀 선언이다.
파업 불참에 따른 시선을 우려한 듯 최 PD는 “파업 불참은 전혀 아니며, 사측의 회유나 설득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체 인력이 투입되면 프로그램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 잠정적으로 연출 복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달 파업 동참을 선언하고 프로그램과 관련된 어떠한 이야기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판이하게 달라진 태도로 촬영장에는 복귀했지만 노조 파업 참여를 중단한 것은 아니라는 모순된 입장이다.
특히 최 PD는 장기 파업으로 13주간 결방된 MBC ‘무한도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1박2일’ 촬영 재개의 정당성을 읍소했다. 최 PD는 “‘무한도전’은 7년 동안 탄탄히 꾸려져 온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1박2일’과는 다르다. 또 ‘1박2일’은 사실상 4주 방송하고 이렇게 됐기 때문에 여파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한도전’과 새 출범한 ‘1박2일’의 상황이 다르다는 발언은 일면 타당성이 있다. ‘무한도전’은 장기 결방으로 인해 프로그램 시청률이 반토막이 난 상태지만 팬덤으로 불릴 정도로 충성도 높은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파업으로 인한 결방에 대한 시청자의 이해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반해 ‘1박2일’은 최 PD 체제로 바뀐 지 불과 한 달 만에 파업 사태를 맞이했기 때문에 우왕좌왕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새롭게 정비된 이후에도 ‘1박2일’이 동시간대 1위를 계속 유지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새 멤버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친숙도는 떨어진다. 친숙한 포맷이라 해도 아직 익숙치 않은 얼굴이다 보니 시청자의 채널을 붙잡아 두는 것 자체가 매 주 ‘1박2일’이 맞닥뜨리게 되는 미션이다.
외부적인 상황도 만만치 않다. MBC ‘일밤-나는 가수다2’가 야심차게 생방송 경연을 도입, 출발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오프닝쇼만으로도 시선몰이에 성공한 ‘나가수2’가 매 주 생방송 경연을 벌인다는 점은 ‘1박2일’ 측에 적잖은 부담이 될 터다.
여기다 탄력 받은 버라이어티 예능 ‘런닝맨’까지 ‘1박2일’과 동시간대로 시간대를 옮기면서 ‘1박2일’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강진 편 녹화를 끝으로 최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촬영 중단을 선언하면서 ‘1박2일’은 연속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돼 급기야 첫 방송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인 8%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스페셜 편성 효과마저 없어지자 KBS 측은 ‘1박2일’에 대체 인력이라도 투입해 제작할 것을 종용했고,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을 막기 위해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최 PD가 결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제작진으로서는 여론의 뭇매를 각오하고서라도 촬영장에 복귀한다는 고육지책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최 PD의 발언은 석연치 않다. 파업은 하지만 프로그램 제작은 하겠다는 입장, 여기에 파업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다시 제작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는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입장이기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네티즌 반응도 대체로 싸늘하다. 최 PD의 발언에 대해 “변명이 궁색하구나” “이렇게 파업은 흐지부지 되는 건가” “‘1박2일’만 망가지고 있는 건 아닌데, 다른 PD나 아나운서들은 뭐가 되나” “기회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등의 반응이 다수다.
이렇듯 여론만 봐도 최 PD의 발언은 시청자도, 그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하는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게 됐다.
차라리 최 PD가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현장으로 돌아간 그의 의중을 헤아리는 각종 분석, 추측 기사들이 쏟아졌을지 모르나 결국 프로그램 제작을 하겠다면, 그 대의를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그토록 염원하던 질 좋은 프로그램을 선보임으로써 제작의 당위성을 이해시키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한편 ‘1박2일’은 제주도에서 1박2일간 촬영을 마치고 5일 서울로 돌아온다. 이에 따라 13일 방송은 정상적으로 방송될 전망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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