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시겠어요, 식사부터 하세요.”
차분한 목소리에 수줍은 듯 어딘가 어색한 표정, TV를 통해 만난 박력남의 이미지와는 딴 판이었다. 학창시절, 영화에 빠져 살았던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친구사이’로 연예계에 데뷔, MBC ‘몽땅 내사랑’, KBS 2TV ‘오작교 형제들’를 통해 강한 존재감을 남겼다. 주말극의 긴 호흡이 끝난 뒤 그는 숨 돌릴 새 없이 KBS 드라마스페셜 ‘보통의 연애’ 를 선택, 탁월한 감정 연기로 안방극장을 장악하며 새로운 핫스타로 떠올랐다.
“‘오작교와 형제들’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보통의 연애’ 에 출연하게 됐어요. 시놉시스와 캐릭터에 대한 느낌이 좋아 욕심이 났죠. 스케줄 상 무리가 될 수 있겠지만 워낙 하고 싶었던 장르였어요. 실제의 나와는 다른 캐릭터, 내 안의 어떤 감정을 자극하는 캐릭터가 있으면 호기심이 생기고 도전하고 싶어져요. 이번에도 역시 그랬죠.”
“‘보통의연애’는 극 중 두 남녀의 감정의 흐름이 가장 중요한 작품이었어요. 시청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자와 배우, 스태프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수차례 리허설을 했어요. 감정 잡기가 어려울 때면 주변 많은 분들의 조언을 생각했죠. 정말 영화처럼 촬영한 것 같아요. ‘단막극’ 장르는 처음 도전하는데,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된 것 같아요. 중요한 모든 크고 작은 입자들이 뭉쳐진 돌덩이 같은 느낌?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온다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많은 선배 연기자들이 단막극 출연, 시청을 독려하고 강조하시던 게 뭔지 알 수 있었어요.”
‘오작교와 형제들’ 에서는 연상의 이혼녀와, ‘보통의 연애’ 에서는 자신의 형을 살해한 범인의 딸과, 유독 힘겨운 사랑 연기를 해온 그다. 실제라면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 지 물었다.
“두 작품 모두 연민과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이었어요. 결국 서로에게 치유가 되는, 정말 애절한 사랑을 하게 되죠. 저 역시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요. 작품을 통해서 연상이든 원수의 딸이든…감정이 허락한다면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뒤늦게 연예계를 데뷔해 조급한 마음이 들어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연애를 한 지 정말 오래된 것 같은데…예전엔 감정이 무르익지 않아 깊은 사랑을 못 해봤어요. 이제는 애절한 사랑을 하고 싶네요, 정말(웃음)”
곱상한 얼굴, 부드러운 미소와는 달리 어딘가 남자다움이 풍기는 무뚝뚝한 말투. 때때로 무심하게 툭툭 내밷는 버릇이 있다는 그의 이상형은 단아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프로다운 여성.
그간 작품 활동에 매진하면서 다소 여유가 부족했던 그가 아이 같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달콤한 휴식이 필요한 듯, 새로운 출발을 위한 충전의 시기가 찾아온 듯 했다. 팬들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지금, 그는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며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차기작 준비를 위해 다양한 작품 시나리오를 검토 중에 있어요. 딱히 추구하거나, 피하고 싶은 캐릭터는 없어요. 되도록 입체적인 캐릭터, 해보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은 있죠. 사랑 받고 기대 받을수록 더 욕심이 나거든요. 힘겹게 선택한 길, 어떤 부분들은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들어선 배우의 길입니다. 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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