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김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54년 음악인생의 소회와 은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털어놨다.패티김은 갑작스런 은퇴 발표에 대해 "10년 전부터 생각했다. 건강하고, 노래 잘하고 멋진 모습으로 당당하게 팬들의 기억에 영원히 남고 싶은 마음에 은퇴를 결심했다"며 "석양이 질 때 노을 빛이 온 세상을 붉고 화려한 색으로 장식하는 그 모습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떠나는 아쉬움은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마음은 앞으로 5년, 10년, 영원히 하고 싶다. 그게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런 상태로 무대를 떠나는 것이 가장 패티김 답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건강에 대한 질문에는 "매우 건강하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지금 내 신체 나이는 40대다. 수영 1500m도 쉽게 하고 매일 4~5km씩 걷는다. 건강은 10년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수생활 50여년을 돌아보며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30대로 꼽았다. 패티김은 "30대로 돌아가고 싶다. 여자나이 30대는 가장 꽃피는 시기다. 나도 30대에 가장 아름답고 체격도 좋았다. 노래는 50대가 되면서 가장 성숙하고 골든 보이스였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 수록 무대에 대한 부담은 점점 더 커졌던 것이 사실. 패티김은 "공연 15분전이면 대기실에 앉아있지를 못한다. 심장이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다. 심장마비 걸려 죽는구나 싶을 때도 있다. 지진이라도 나서 공연이 취소됐으면 하기까지 했다"며 "몸이 늙으면 성대도 늙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 아름다운 모습,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고 털어놨다.
은퇴 후 계획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고 있다. 은퇴하고 나면 평범한 김혜자로 돌아가서 나비처럼 훨훨 날면서 가족, 딸들하고 시간 많이 보내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1958년 미8군 무대를 통해 데뷔한 패티김은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무대매너와 풍부한 성량,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반세기 넘게 최정상의 가수로 대중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1962년 한국 가요계 최초로 '리사이틀'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가졌고, 1963년에는 미국에 진출해 미국 지상파 NBC 프로그램 '자니 카슨의 투나이트쇼'에 8회 출연했다. 1978년에는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섰고, 1989년에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가졌다.
패티김은 '못 잊어'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가시나무새' '초우' '빛과 그림자' '친구여' '연인의 길' '이별' '그대 없이는 못 살아' '9월의 노래'등 지난 54년간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쏟아냈다.
한편 패티김은 '이별'이라는 타이틀로 6월 2일부터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약 1년간 부산, 대전, 광주 등 국내 주요 도시들과 해외에서 은퇴 고별 공연을 펼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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