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기 만랩 팀장(이하 만랩):
영화도 한 번 집어줘야겠죠? 역시나 세상일은 모르는 것 같아요. 올해도 흥행을 기대했건만 ‘쪽박’을 찬 영화도 있었고, 또 반신반의한 영화가 대박을 쳤네요. 너무 영화가 많으니까 한국영화 위주로 살펴보는 게 좋을 듯한데….
늑대인간 기자(이하 늑대):
네. 맞아요. 정말 좋은 영화가 많았는데 일단 관객 수를 통해 흥행 여부를 판단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실패했다는 평가를 들은 영화를 먼저 살펴볼게요.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잖습니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라고 하잖아요. 심기일전하라는 차원에서 첫 번째 워스트(worst) 주자 나갑니다~ 어떤 영화가 있을까요?
한국최초 상업 3D영화 ‘7광구’를 꼽아야겠네요. 약 100억원이라는 투입된 제작비에 놀라고, 괴물에 한 번 또 놀란 영화죠. 물론 괴물이 무서워서 ‘깜놀’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아, 이 3D를 어째?’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죠. 하지원씨가 엄청 고생했다고 들었는데 참 안타까운 영화라는 생각만 들었다니까요.
남친보다 단독 기자(이하 단독):
아, 남자친구보다 단독을 좋아하는 저도 영화를 보기보다 괴물을 잡아채 ‘왜 이런 것이냐’고 단독 인터뷰 기사를 내고 싶더라고요. ㅋ
하지원, 이뻐~ 그냥 보고만 있어도 끝내줘! 괴물과 싸우는데 땀 흐르는 모습이 으아~! 죄송합니다(꾸벅). 정말 이 영화 너무 기대를 했었나 봐요. 리뷰 쓸 때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제목 지을 때요. ‘아! 하지원의 매력이…’라고 지은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영화를 평가해야했는데 너무 팬심이 들어갔나요? 으하하하.
만랩:
그래도 중국 분들은 좋아하나 봐요. 지금 중국에서 흥행이 장난 아니래요. 29일까지 2019만 위안(한화 약 37억원)을 벌어들였다는데요? 일단 좀 더 지켜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7광구’ 뿐 아니라 올 여름 등장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다들 신통치 않았어요. ‘최종병기 활’을 빼고는 ‘고지전’이나 ‘퀵’도 흥행하지 못했잖아요.
늑대:
그래도 꼭 워스트를 꼽아야 한다면 투자대비 국내 관객 수에 따른 수익 등을 감안해 ‘7광구’를 꼽아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워스트 영화는 뭘까요? 개인적으로 장근석씨와 김하늘씨가 주연한 ‘너는 펫’입니다. 정말 기대 이하였거든요. 김하늘씨가 전작 ‘블라인드’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쳐 대종상과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너는 펫’을 통해 그 여운을 잊어버리게 만들어서 아쉬워요. 아무리 배우들이 변신의 귀재라지만 조금은 더 그 여운을 가져갔으면 좋으련만…. 아무튼 장근석씨의 인기에도 이 영화가 54만여명 정도밖에 보지 않았단 게 조금 의아하긴 했어요.
최장수연애 기자(이하 연애):
일본에서 내년 1월 개봉을 한다고 하네요. ‘7광구’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본 내 장근석씨 인기는 “뭐를 생각했든 상상 이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일부 언론들은 이미 ‘욘사마’ 배용준씨를 뛰어넘었다고 보도하고 난리에요.
단독:
장근석이 주연하는 드라마 ‘사랑비’도 곧 전파를 탈 테니 영향을 받겠네요. 또 ‘소녀시대’의 윤아씨까지 있으니까요. 조금만 일본에서 더 신경 써서 초청을 하고, 여기에 응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그 기사 제목은 뭐라고 뽑아야 할까요? 역시 ’아시아의 프린스’ 정도요? 아, 머리 아프네. 하하하.
늑대:
마지막 워스트 영화는 두두두두두~~~ 30초 후에 공개됩니다. (머리 긁적대며) 아, 이건 너무 오래됐죠? 또 죄송합니다(꾸벅). 아무튼 마지막 영화는 송혜교씨 주연의 ‘오늘’을 꼽아야 할 것 같아요. 최악의 영화 가운데 하나라기 보다 최고의 영화로 꼽을 수 없으니 이 곳에서라도 언급하고 싶어서요.
단독:
아, 그렇죠. ‘오늘’도 언급해야죠. 정말 너무너무 안타까운 영화에요. ‘약혼자를 죽인 아이를 용서한다’는 것도 힘든데 그 일이 벌여놓은 또 다른 일에 아파해야 하다니…. 송혜교씨가 가슴 안의 것을 끌어올리려 무척 노력했죠. 하지만 관객들의 성원을 받지 못했어요. 송혜교의 연기 변신도 물거품, 9년만에 복귀하는 이정향 감독 작품이지만 아쉬움을 남친 채 다음을 기약해야 했죠. 13만명이 뭡니까?;;;;
송혜교씨가 흥행하지 못해 안타까워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올해 여성영화인상 연기상을 받았잖아요? 나름의 위안이 될 것 같아요. 솔직히 좀 더 큰 상을 받지 않을까 기대도 했는데 흥행이 따라주지 않았네요.
클럽: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는 싫어해요. 하지만 송혜교라서 한 번 보려고 했는데 못 봤네요. 굵은 눈물 떨어뜨리는 사진이 아직도 기억나요. 거듭말하지만 저는 이 영화 놓친 겁니다. 그 뭐냐, ‘퐁당퐁당’(교차상영) 때문이 아닐까 해요. 하하하.
만랩: 그렇다면 누가 잘 했을까요? 당연히 ‘최종병기 활’이라는데 이견은 없을 듯하네요. 흥행은 흥행대로, 상은 상대로 싹쓸이해 버렸죠. 박해일, 문채원은 참 많은 상을 따냈어요.
솔직히 전 이렇게나 흥행 대박을 칠 줄은 몰랐어요. 손에 땀을 쥐게 한 것도 맞고, 귀를 자극하는 화살 소리가 긴장감을 줬다는 건 인정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대박을 쳤죠. 올해 최고 영화 등극입니다. 745만명이 봤잖아요.
단독:
‘써니’가 더 대박 아닐까요. 강형철 감독에게 ‘소포모어 징크스’(첫 작품, 활동에 비해 후속 작품이나 활동의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란 없었다구요! 또, ‘써니’는 블록버스터도 아니었잖아요! 씩씩했던 춘화가 아파서 죽었지만 가장 찬란했던 시기로 돌아가서 옛 추억을 곱씹을 수 있었던 영화는 정말 강추였어요. 737만명이니 인풋 대비 아웃풋 최고잖아요!!!
당직:
그렇게 따지면 ‘완득이’도 만만치 않아요. 김윤석씨라는 연기 잘 하는 배우가 있지만 그것 밖에는 없었던 영화였어요. 유아인씨가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핫’하긴 했지만, 그가 영화 흥행을 좌지우지한다고 판단하기는 요즘 유행어처럼 애~매했습니다.
만랩:
그렇죠. 김윤석씨, 유아인씨라는 배우로 530만명이라는 흥행을 이끈 건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구요. 당분간 이런 선생과 제자는 없지 않을까요?
늑대:
솔직히 전 진부하다 생각했어요. 이런 선생과 제자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요? 혼혈아이라는 설정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 관객들에게 어필됐나 봐요. 소설 ‘완득이’가 인기를 끈 덕도 있겠죠. 올해는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들은 거의 다 잘 됐어요.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나 ‘도가니’ 등이 그렇잖아요.
연애:
‘도가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는 순위권에 오르진 못했지만 ‘도가니’를 꼭!꼭!꼭! 언급하고 싶어요. 공유씨를 인터뷰하며 약간의 사심이 있긴 했지만, 그 전에 영화에서 느낀 선생님의 진심에 울컥했다니까요. 원없이 이것 저것 물어보고 왔잖아요. ㅎㅎ 인간적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도가니’는 사회·정치·문화적인 파장을 장난 아니게 일으켰는데
만랩:
분명한 건 영화 제작자들이 이제 절대! 허투루 만들면 안 된다는 거예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 이거 무시 못 하거든요. 올해 더 뚜렷하게 나타났죠? 이 힘 정말 무섭습니다. 영화 제작진과 마케팅 홍보사 직원분들, 당연히 알고 있겠죠? 그럼, 내년에 만나요~ 안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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