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검찰 수사로 기업이 경영난에 빠졌다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달리 SLS조선이 이미 2008년부터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MBN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워크아웃 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광범위한 구명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김태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 2009년 4월 이탈리아 로마로 출장을 갔던 SLS조선 관계자가 본사로 보낸 이메일입니다.
SLS조선이 계약 기간을 지키지 못한다는 소문이 돌아 신뢰가 떨어졌다는 취지의 선사 측 입장을 보고한 내용입니다.
당시 SLS조선의 선박 건조가 지연되고 해외 선사들의 계약 취소가 잇따르자 그룹 관계자들이 직접 선사를 찾아 설득에 나섰던 겁니다.
SLS조선은 심지어 같은 해 5월 선박 수주를 맡은 브로커와 커미션 문제로 분쟁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MBN이 입수한 또 다른 자료에서도 SLS조선은 2008년부터 심각한 경영 위기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외 선사와 맺은 수십 척의 선박 계약이 취소됐거나 취소될 위기에 놓였던 겁니다.
선박 대부분은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계약을 맺었고 계약 만료 시점은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하지만 28척 가운데 16척은 이미 건조가 중단됐고 나머지 12척 역시 계약 기간을 1년이나 넘겼습니다.
계약 총 규모만 무려 13억 7천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조 5천억 원에 달합니다.
SLS조선이 2009년 9월 창원지검 수사가 시작되기 1년 전인 2008년 말 이미 금융감독원의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SLS조선이 워크아웃 최종대상에서 빠진 것은 이국철 회장의 로비가 성공했기 때문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신재민 전 차관이 SLS조선 관련 문건을 받은 것도 이때입니다.
검찰은 신 전 차관 외에 이 회장의 로비 대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 회장을 집중 추궁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태영입니다. [ taegija@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