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선아(36)는 최근 끝난 SBS 주말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아직도 빠져 나오지 못했다. 아니, 아직도 연재로서의 삶과 생각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 받고 그동안 자신이 해보지 못한 일들을 ‘버킷리스트’에 적어 하나씩 실행해 나가는 여주인공. 일본 오키나와 여행에서 남자를 만났고, 해피엔딩이 아닐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사랑에 시청자들은 같이 눈물을 흘리고 공감하기도 했다.
김선아는 여전히 여운이 가득 남아 “연재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마음의 정리를 안 하고 있었는데 해야 하나요?” 깜짝 놀라며 동그랗게 뜬 눈을 보니 ‘여인의 향기’ 속 연재가 다시 떠오른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역할에 빠져나오기 무척 힘들어하는 편이고, 현장을 잘 못잊는다”는 김선아. ‘김삼순’(내 이름은 김삼순)도 그랬고 ‘신미래’(시티홀)도 그랬다. 이연재도 마찬가지일 것 같단다.
“아직도 (드라마가 끝난 지) 실감이 나지 않아요.(한숨) 많이 아쉬운가 봐요. 시원한 마음은 하나도 없고, 더 촬영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선배, 동료 배우들 및 스태프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커요.”(웃음)
김선아는 가슴을 치며 “힘들 것이라고 예측을 하긴 했는데 예측한 것보다 조금 더 아팠다”고 회상했다. “엄마들이 마음이 아플 때 가슴을 치잖아요. 전 가슴이 만날 아픈 것 같았어요. 몸이 아픈 것도 그렇고 감정 신이 너무 많다보니 매 신이 가슴 아팠죠. 그래서인지 절대 못 잊을 작품 같아요.”
“시놉시스를 보고 ‘연재는 이럴 거야, 이렇게 살아 왔을 거야’라고 생각했죠. 말을 막하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소심해서 큰 소리로 말하지 않고 입도 크게 벌리지 않아요. 전작들의 캐릭터가 말을 많이 했다면 연재는 눈치를 먼저 봐요. 그리고 말하는 템포도 한 단계 느리죠.”
그는 “그런 연재가 오키나와 여행에서 자신을 잊어버리고 목소리 톤이 한 단계 올라 간다”며 “하지만 의료원으로부터 전화도 오고 세경(서효림)을 만났을 때 현실을 깨닫고 다시 톤이 내려 간다. 이런 톤의 차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굉장히 많이 신경 쓰면서 연기를 했다”고 몰입했다.
김삼순 보다 이연재와 실제 성격이 비슷하다는 그지만 솔직히 1~2회를 촬영하며 “연재가 너무나 답답했고 속이 터져 미치는 줄 알았다”고 웃긴다. 삼순이처럼 내지르는 것이 없었기 때문. 내심 “삼순이가 나타나길 바랐다”고 했지만 연재는 자신만의 방법을 택했다. 조금 모자라고 소심한 듯한 모습이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성격이 회사에 사표를 던졌을 때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김선아는 사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연재의 삶 혹은 죽음에 대한 결말을 미리 알고 있었다. PD와 작가, 김선아 이렇게 세 명만 공유한 비밀.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2월쯤이었을 거예요. 연재가 ‘7개월 이틀째를 살고 있다’라고 하는 말에 소름이 돋았고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자체가 희망도 주니까요. 생각한 것보다 더 예쁜 결말이 나와서 너무 너무 좋았어요.”
그는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고 하자 당황스러워했다. 매 장면 장면이 인상 깊기 때문. 어렵게 몇 개를 추려 상황과 배경을 설명하며 에피소드까지 건넨다. “탱고 신과 지욱이와 함께 한 감정 신들은 모두 좋았다”며 웃었지만, 희주(신지수)가 죽고 은석(엄기준)이 ‘연재한테 살아달라’고 했던 장면을 포함해 10회 정도부터는 배우들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날 뻔 했다고 감정을 추스렸다.
특히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찢는 장면에서는 엄청나게 울었다고 고백했다. “버킷리스트를 찢고 소주를 마시는 신까지 연결해서 2~3시간을 찍은 것 같은데 컷마다 울어서 그런지 중간에 기억이 안 나요. 화분을 깨고 나서 밖으로 어떻게 나갔는지도 기억이 안 나요. 정신을 잠시 잃었던 것 같아요.”
김선아는 화제가 된 ‘무릎 키스’ 신이나 애틋한 러브 신에 대해서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기억에 남지 않은 것이냐고 하자 “무릎 꿇고서는 발이 저려 미칠 것 같았고, 자전거 탈 때와 한강에서는 너무 너무 힘들었다”고 웃겼다.
드라마 덕분에 모친과의 관계는 더 돈독해져 좋다. “드라마 끝나고 집에 갔는데 엄마가 먼저 ‘사랑해 우리딸, 안아보자’라고 말씀하시는데 울컥하는 거예요. 얼굴을 못 쳐다보겠더라고요. 드라마 때문에 부모님에게 여행을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일을 한 것 같아요. 또 제 홈페이지에 환자 및 환자 가족들이 ‘살아줘서 고맙다, 용기낼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글을 남겨주세요. 그분들이 용기내서 잘 사셨으면 좋겠어요.”
삼순이로 살아온 6년(미래로 살아온 2년 포함). 이제 이연재가 얼마간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시킬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하는 김선아. 무엇보다 드라마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우울할 수 있는 드라마를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번 작품을 하며 ‘이렇게까지 아플 수도 있구나’를 느꼈는데 ‘아프지만 행복해서 좋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한 강지욱(이동욱) 같은 남자와의 사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드라마를 찍으며 너무 울었는지 “실제라면 눈물만 많이 안 쏟으면 다 좋다”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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