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차가 갖춰야 할 덕목을 놓고 보면 왜건만한 것이 없다. 실내공간, 연비, 승차감, 스포티함 모두 SUV나 세단보다 우수하다. 실제로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 자동차 시장에는 왜건이나 해치백 차량의 비중이 높다. 한국 자동차 시장도 포화되고 선진화 되면서 소비자들의 눈 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BMW X1, X3나 폭스바겐 티구안, 골프 등 해치백이나 웨건, 크로스오버들의 인기가 높아지는게 그 예다.
◆ 매력적인 디자인…완벽에 한발 다가섰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본 i40는 아반떼를 연상케 했는데 한국형 i40는 크롬을 더하고 LED나 그릴을 조금씩 변화시켜 상당히 다른 느낌을 만들어냈다. 개인적 취향으로 보면 디자인은 쏘나타보다 안정되고 강력한 느낌이다. 현대차 디자인이지만 천장의 흐름이나 비율은 영락없는 유럽스타일이다. 쏘나타에 비해선 차체 길이가 약간 작지만 천장 형상이 달라 뒷좌석에 앉았을 때 공간은 더 여유롭게 느껴졌다. 실내 디자인은 현대차 그랜저를 떠올리게 한다.
각종 첨단 장비로 인해 고급감이 높다. HID램프는 물론 주간 주행시 불이 들어오는 LED램프가 인상적이고, 전자식 주차브레이크에, 주차자동조향 시스템도 장착돼 있다. 테일게이트 안쪽 광활한 트렁크에는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러기지 레일시스템이 마련돼 트렁크에 수납된 짐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일은 없겠다.
세부적인 디테일이 대단히 향상됐지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아직도 독일차에 비해 불만스런 부분이 눈에 띈다. 이 차가 만약 쏘나타 가격이었다면 모든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한 차지만, 가격대가 조금 높다는 생각이 드는건 현대차로서도 부담일 듯 하다. 특히 배기량을 기준으로 대형/중형/소형차를 나눠왔던 한국의 전통적인 사고방식도 장애로 작용할 것이다. 1.7리터인데 쏘나타보다 비싸다는 점을 납득 시키려면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 주행 감각도 매력적
고속으로 치고 올라가는 능력은 물론, 탄탄한 주행감각에 꽤 안정감이 느껴진다. 유럽출시모델에 비해서 좀 더 부드럽게 세팅돼 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차는 유럽출시모델과 똑같은 서스펜션과 타이어를 장착한 '유로팩'모델도 내놓기로 했다.
더 놀라운 것은 1.7리터 디젤엔진이다. 140마력을 내는 이 엔진은 연비가 무려 18.0km/l로 동급은 물론 소형차에 비해서도 앞선다. 토크도 우수해 낮은 RPM에서 치고나가는 느낌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시승차량 중에는 1.7리터 디젤엔진이 제공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현대차는 i40의 사전 계약을 진행하면서 놀랐다. 양승석 사장은 당초 판매량의 20% 정도를 디젤엔진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생산물량을 정했는데, 너무 많은 소비자들이 디젤을 선택함에 따라 일단 35%로 올려잡았고, 이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국산 세단/웨건 승용차 중 디젤 비중이 가장 높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시승행사에서는 디젤엔진 모델을 타볼 수 없었다. 조만간 디젤 모델 시승 기회를 마련한다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김한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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