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수십 수백곡의 새로운 노래가 쏟아진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가요시장 구조가 바뀐 뒤로 신곡을 발표하는 주기도 짧아지고 횟수도 많아졌다. 1년에 한 장 많아야 두 장 정도의 앨범을 발표하던 시절에 비해 1개월에 한 번씩 길어야 두 달에 한 번씩 디지털 싱글, 미니앨범 식으로 신곡이 나온다.
“대중가요 수명 문제는 사실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계시지만 현실적으로 시장구조를 다시 과거로 돌릴 수는 없어요. 이 같은 현실을 인정한다면 다른 방식의 돌파구를 찾아봐야죠. 창작자가 할 수 있는 건 현실에 맞는 대안을 찾는 거지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건 아니니까요.”
작사가 겸 프로듀서 황성진의 고민은 순수하게 ‘대중들의 기억에 노래를 남기자’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최근 그가 제작한 알에이치(RH) 프로젝트는 그 고심의 결과물이다. 26일 첫 싱글 ‘날 잊지는 마’를 공개하는 알에이치는 창욱, 상미로 이뤄진 남녀 혼성 보컬팀 알에이치 플러스(RH+)와 유미, 성문 등 실력파 래퍼로 구성된 알에이치 마이너스(RH-) 두 팀으로 구성됐다. 두 팀은 ‘날 잊지는 마’ 한 곡으로 보컬 버전, 랩 버전 등 총 세 개의 음원을 동시에 발표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활동하게 된다.
“앨범 하나를 만들만큼의 노력으로 정말 좋은 곡 하나를 만들어 그 곡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 보자는 것이 기본 콘셉트죠. 한 곡을 가창 버전으로, 랩 버전으로 변주해 대중들의 다양한 취향도 만족시키고 곡 하나의 생명력을 연장시키겠다는 거죠.”
프로젝트의 성격상 프로듀서와 작곡가 작사가, 즉 ‘작가’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곡 하나의 성격을 다양하게 표현해줄 멤버의 선발부터 트레이닝, 녹음 까지 황성진이 치밀하게 다듬어 갔다.
“프로듀서와 작가들의 역할이나 역량이 전면으로 드러나는 방식의 앨범들은 분명 새로운 대안이 될 거라고 봅니다. 가수에게 곡을 맞추고 제작사의 입맛에 맞춘 것이 아닌 개개의 작가들이 자신의 고유한 색을 드러낸다면 다양성 측면에서 분명 큰 의미를 갖게 될 겁니다.”
“알에이치 멤버들은 일종의 아바타 역할을 하는거죠. 저를 포함한 작곡가, 프로듀서들이 영혼을 심을 수 있는 대상들이죠. 실제로 그 만큼의 표현을 할 수 있는 실력을 분명이 갖춰야 하고요.”
보컬 팀 알에이치 플러스의 상미와 창욱, 알에이치 마이너스의 유미와 성문은 알에이치 프로젝트를 위해 전국에서 개별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정예 멤버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지만 실력면에서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프로듀서들이 움직일 때가 됐어요. 특히 작은 기획사들의 경우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전혀 다른 색의 음악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봅니다. 누군가의 아류로 잊혀지는, 더 이상 기억되지 않는 그런 가수들은 이제 나오지 말아야죠. 또 그들의 노래가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야죠. 그것이 가요 창작자들의 역할입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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