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종영한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는 불행하다고 생각한 순간 불행은 시작되고, 행복하다 생각하는 순간 행복이 시작된다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진리를 보여준 ‘착한 드라마’였다. 호평 속에 마무리 된 ‘내 마음이 들리니?’와 함께, 봉마루(장준하)를 열연한 남궁민은 이제 연기 인생 제2의 도약을 시작한다.
극중 봉마루의 인생은 한 마디로 ‘꼬였다’. 어린 마루는 불가항력적으로 꼬인 인생을 벗어나고자 했지만 운명은 결코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자유로울 수 없었던 영혼. 어느 캐릭터보다 가련했던 봉마루에 대해 남궁민은 “왜 이렇게 짠하고 정감이 가는지 모르겠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20대 중, 후반엔 서브로라도 뭔가 해야겠단 생각이 강했는데, 언제부턴가 내 캐릭터를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제가 마루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나이 먹어서 그런가, (김)재원씨랑도 더 돋보이려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캐릭터에 충실하자 했는데, 그 말대로 잘 된 것 같아요.”
“저는 로딩이 좀 긴 편이에요. 대본이 늦게 나오면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되죠. 충분히 준비해 가면 스스로 자신감도 생기는데, 그렇지 못할 땐 디테일을 잘 살리지 못하곤 하거든요. 마루가 많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감정선이 다양하고 복합적이었는데, 매 순간 다른 감정으로 눈물 흘리려 노력 많이 했습니다.”
군 복무 후 컴백작 ‘부자의 탄생’(2010)과 판이하게 달라진 연기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부자의 탄생’을 하면서는 계속 울렁증이 있었는데, ‘내마들’을 하면서 제 연기의 흐름을 찾은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편해요.”
‘부자의 탄생’과 비교했을 때 분석력이 좋아졌다는 호평에 남궁민은 “저는 늘 똑같이 분석해왔는데, 캐릭터가 얼마나 저를 이해시키느냐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라고 당당하게 답했다.
그가 얼마나 연기에 몰입하느냐 하면, 21회 황순금(윤여정 분) 앞 봉마루의 폭풍 오열 장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악몽에 몽유병까지 도졌다는 것이다. “자꾸만 옆에서 촬영을 하는 거에요. 머리도 메이크업도 아무런 준비가 안 됐는데. 악몽에 자다 깨다를 반복해서 그런지 잠을 자도 개운치가 않네요.”(남궁민 씨, 이젠 잠 좀 편히 주무시나요?^^)
‘내 마음이 들리니?’를 내려놓고 새로운 비행을 준비하는 남궁민의 바람은 좀 이색적이다. “저보다 훨씬 연기 잘 하는 선배들 사이에 들어가 스트레스 받고 열등감을 느끼면서 연기 하고 싶어요.” 스트레스를 구하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묵묵히 거북이 걸음을 이어 온 그는, 자극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법을 터득한 지 오래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확 올라간 적이 없었거든요. 늘 꾸준히 올라가면서 생긴 버릇이, 열등감인 것 같아요. 나쁜 의미의 열등감이 아니라, 늘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런 생각이랄까요.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어야 잘 되는 것 같아요.”
열등감에 좌절하기보단, 멈추지 않은 자기 계발의 시간이 이어졌다. 무기력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희망의 끈만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섰다.
여전히 잰 걸음보단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우직하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남궁민의 배우 인생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지 모르겠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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