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된 '나가수'에 첫 출연한 옥주현은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라는 미션에서 이승환의 곡 ‘천일동안’을 불렀다. 현악기를 동원한 편곡과 화려한 고음으로 옥주현의 무대는 청중평가단으로부터 최고 점수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옥주현은 이날 무대 후 눈물을 쏟고 부축을 받으며 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평소 같으면 1등의 무대에는 온갖 종류의 찬사가 쏟아진다. 하지만 방송 직후 옥주현의 무대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는 냉랭하기 짝이 없다. ‘소름끼치는’ 이라는 수식어가 일반적이었던 고음에는 ‘소리만 지른다’는 평이, ‘폭발적인 감정’이라는 수식어가 달렸던 눈물에도 부정적인 반응이 들린다. 옥주현 스스로도 인정하는 소위 안티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쟁점은 청중평가단과 방송을 통해 무대를 감상했던 시청자들이 왜 전혀 다른 감상평을 내 놓고 있느냐는 것이다.
청중평가단과 시청자는 지금까지 큰 차이가 없었다. 청중평가단은 시청자들의 대표 내지는 대리인 격이었고,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이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시킨 것도 청중평가단으로 대표되는 시청자의 결정을 제작진이 번복했기 때문이었다. 청중평가단의 결정에 대한 제작진의 기만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온 것.
옥주현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실제 공연장과 방송으로 무대를 보는 차이에서 기인한다. 소리가 중심이 되는 공연장과 비주얼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의 차이다. 성량이 크고 후렴구에 고음을 폭발적으로 쏟아낸 옥주현의 무대에 청중평가단은 감동해 높은 점수를 줬을지 모른다. 하지만 표정이 디테일하게 잡히는 방송의 경우 다분히 감정 과잉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인터넷 상의 다양한 논란을 통해 ‘나가수’ 무대의 평가 기준이 보다 다양해지고 섬세해 지고 있는 결과기도 하다. 특히 임재범, 이소라 등 테크닉을 넘어 감정표현이라는 영역에서 접근하는 뮤지션들의 공연을 감상하게 된 결과다. 하지만 실제 공연장에서 이를 냉정하게 평가하기란 어렵다.
일정부분은 제작진의 편집에서 기인한다. 네티즌들이 옥주현의 무대를 평가절하 하는 이유 중에는 ‘옥주현 중심의 편집’에 대한 반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조작편집 논란까지 불거져 옥주현에 대한 반감을 더했다. 물론 청중평가단은 이를 알 길이 없다.
긍정적으로 보면 앞서 언급했듯 일종의 심미안이 생긴 결과지만 이 같은 네티즌과 청중평가단의 괴리가 극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가수’에서 청중평가단의 높은 점수를 받는 방법은 이미 고착돼 버린지 오래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음악을 평가해 투표를 통해 순위를 매기자는 교만한 발상이 만든 결과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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