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08년 이후 3년 만에 마룬파이브의 내한공연이 열렸다.
공연 시작시간이 약 15분 가량 지연됐다. 하지만 이는 아티스트의 문제라기 보다는 평일 교통체증을 뚫고 마룬파이브의 내한공연 현장을 찾은 관객들을 배려한 주최측의 결정이었다.
객석의 불이 모두 꺼지자 뜨거운 환호성과 함께 수천개의 야광봉과 LED봉이 불을 밝히며 장관을 이뤘다. 실제 마룬파이브 공연장의 조명은 국내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비교해도 초라할 정도였지만 이날 공연만큼은 어떤 무대 특수효과도 준비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첫 곡 ’미저리(Misery)부터 관객들이 쏟아내는 에너지는 공연장 전체를 압도했다. 마룬파이브 멤버들의 무대위 움직임이 어떤 공연때 보다 역동적이었던 것은 관객들의 뜨겁다 못해 녹아내릴 만치 열광적인 반응 때문이었다. 마룬파이브의 보컬 겸 기타 애덤 리바인(Adam Levine)은 “아시아 투어를 모두 마치고 마지막 공연이다. 분명히, 자신있게, 결단코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곳 한국 관객들이 단연 최고라는 것입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프 아이 네버 씨 유어 페이스 어게인(If I Never see your face again)’, ’하더 투 브리드(Harder to breathe)’, ‘원트 고 홈 위드아웃 유’(Won’t go home without you) ‘시크릿’(Secret) ‘디스 러브’(This Love) 등 단골 레퍼토리들이 울려 퍼졌고, 관객들은 모든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1시간 50여분 간 식을 줄 모르는 환호를 보냈다.
패션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미모의 보컬리스트 애덤 리바인은 때로는 격정적인 몸짓으로 때로는 엉덩이를 씰룩대며 애교 넘치는 율동(?)까지 선보이며 여성 팬들의 비명(?)을 이끌어냈다. 또 중간중간 “여기에 영어를 할 줄 아는 분들이 몇 명이나 되나요?”라고 물으며 적극적으로 ‘최고의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쉬 윌 비 러브드(She Will be Loved)’ 였다. 노래의 전주가 시작되고 후렴구로 넘어가기 직전 객석에서 수천개의 종이비행기가 무대 쪽으로 쏟아져 날아갔다. 무대 위에 멤버들은 순간적인 상황에 당황스러운 낯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곧바로 객석에서 날아든 종이비행기를 객석으로 다시 날려 보내며 한국 관객들의 깜짝 선물을 기쁘게 받아 챙겼다.
이어 선물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객석을 좌우 둘로 나눠 후렴구를 따라 부르게 유도했다. 밴드의 미니멀한 연주 속에 1만3500여명의 목소리가 체조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려 채웠고 공연장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에덤 리바인은 한국 관객들의 이 같은 모습에 “뷰티불”(BEAUTIFUL) 한 마디로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공연 종반부 마룬파이브의 최고 히트곡 ‘디스 러브’가 연주되자 관객들은 집에 돌아갈 기운까지 다 쏟아내겠다는 기세로 ‘미쳐 날 뛰’었다. 앙코르 곡으로 ‘선데이 모닝’(Sunday morning)을 비롯해 세곡을 부르고 마룬파이브는 무대에서 내려갔다. 손을 꼭잡은 멤버들이 머리를 깊숙이 숙이고 한국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때의 표정은 감사를 넘어 경의를 표하는 것 처럼 보였다. 우리 관객들 역시 마지막까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최고의 공연을 선사한 마룬파이브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마룬파이브의 내한공연은 마룬파이브 멤버들과 한국 관객이 함께 만들었다. 무대 위에 선 아티스트는 최고의 무대를 보여줘야 함이 마땅하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만큼의 완벽한 음향과 안정된 가창, 연주를 보여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공연은 단순히 그것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평일 러시아워를 뚫고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를 만나러 오고, 객석에 섰을 때 무대를 향해 한치의 의심 없는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보여줄 때 비로소 ‘완벽한 공연’은 완성된다.
한편 마룬파이브는 26일 오후 8시 부산 KBS홀에서 한차례 더 공연을 펼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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