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을 한국 땅에 묻었다"는 전직 주한 미군의 양심 고백이 33년 만에 나왔습니다.
환경부는 미군 측에 공동조사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정성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경상북도 칠곡, 캠프 캐럴 미군기지에서 복무했던 스티브 하우스 씨가 미국 애리조나주의 CBS 계열사인 KPHO 방송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하우스 씨는 "지난 78년 상부의 명령으로 기지 뒷산에 55갤런(208리터)짜리 노란색 드럼통 250개를 몰래 묻었다"고 증언했습니다.
2만 리터 유조차 3대 분에 달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안에 든 물질은 '컴파운드 오렌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베트남 정글을 초토화한 독극 제초제, 이른바 고엽제였습니다.
고엽제는 사람 몸에 들어가면 피부염과 뇌출혈, 고혈압, 여러 가지 암을 일으키고, 기형아 출산 위험을 높입니다.
당시 하우스 씨와 함께 작업했던 동료도 드럼통 매몰 작업 이후 온몸에 발진이 생기는 등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고 호소했습니다.
60년대 후반 미군이 비무장지대에 고엽제를 살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바 있지만, 후방의 민간인 거주지역 부근에 고엽제를 버린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환경부는 미군 측에 공동조사를 요청하는 한편 캠프캐럴 주변지역에 대한 환경 영향 조사에 나설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