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재개발 사업지 앞에 청약 1순위 마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단지는 청약 당첨자 10명 중 4명이 계약을 포기해 무순위 청약에 나선 바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2788가구로 지난해 상반기(1396가구)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99가구에서 781가구로, 경기가 1294가구에서 1553가구로 늘었다.
무순위 청약이란 일반분양 이후 자진 계약 포기나 부적격 사유로 당첨이 취소되는 등 주인을 찾지 못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청약 신청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경기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이안모란센트럴파크'에서는 분양에 나선 세대 전체가 미계약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단지는 지난 5월 총 74가구에 대한 청약을 진행했으나 당첨자들이 전부 계약을 포기했다. 전날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도 두 개의 타입을 제외한 모든 주택형이 미달됐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모집 가구 수 전체가 미계약된 것은 지난 2020년 7월 서울 강서구 공항동 '발쿠치네하우스' 이후 2년 만이다. 분양업계에서는 전용면적 60㎡의 분양가격이 최고 8억8762만원에 달하는 등 주변 대비 시세가 높아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럭스오션SK뷰'는 다섯 번에 걸쳐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송도센트럴파크리버리치',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4차', '송도자이더스타' 등도 저조한 청약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청약 불패로 불려온 서울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가 대표적인 준공 후 미분양 사례다. 지금까지 무순위 청약을 네 차례나 접수했지만, 전체 216가구 중 179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 단지는 다음 달 1일 기존 분양가에서 최대 15% 할인한 금액으로 다섯 번째 청약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지난 4월 공급된 마포구 노고산동 '빌리브디에이블'이 전체 256가구 중 95.7%에 해당하는 245가구가, 지난 2월 분양에 나선 동대문구 용두동 '힐스테이트청량리메트로블'가 전체 213가구 중 55가구가 소유주를 찾지 못했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도 지난 25일 세 번째 줍줍 일정을 종료했지만 완판이 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8월 분양을 시작한 관악구 신림동 '신림스카이' 역시 미계약 물량을 안고 있다.
↑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 조감도. [사진 제공 = 대원] |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청약 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의 관망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도 입지적 매력적이 떨어지고 분양가도 저렴하지 않은 단지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청약시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청약통장 가입자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 가입자는 625만1306명으로 지난 5월(625만5424명)보다 4118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청약통장 가입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반년만이다.
다만 올해 윤석열 정부가 청약 추첨 확대를 약속하고, 무주택자인 세대주 중 총 급여액 7000만원 이하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 240만원 납입한도로 납입액의 40%를 종합소득금액에서 공제하는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를 오는 2025년 말로 3년 연장하면서 신규 가입자가 늘어날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하면 주택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무주택자인 청년층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청약뿐인 상황이라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청약통장 가입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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