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연합뉴스] |
#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중개보조원으로 일하던 B씨는 2019년 8월 약국 개업을 위해 상가 임차를 구하는 손님에게 공인중개사 몰래 중개를 하고 중개료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을 하지 않은 중개보조원 B씨가 손님에게 상가 임대인을 소개해주고 1000만원의 중개료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손님은 B씨가 소개해준 임대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개보조원의 사기나 실수로 인한 중개사고가 여전히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의 관리감독 소홀을 틈타 소비자로부터 계약금·전세보증금을 받아 가로채는 경우가 대다수다. 시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부동산 관련 지식이 적은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홍기원 의원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43건 중 67.4%인 29건이 중개보조원 사고였다. 중개사고 3건 중 2건이 중개보조원에 의한 사고인 셈이다.
중개보조원에 의한 사고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중개보조원 사고 비율은 2017년 61.2%에서 2018년 57.1%로 소폭 줄었다가 2019년 62.7%로 다시 늘었다. 2018년 경기 안산에서 영업 중인 한 부동산에서 근무하던 K실장은 6년여간 120여명의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집주인에게는 월세계약을 했다고 속이는 이른바 이중계약으로 보증금을 가로챘다. K실장은 서울에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세입자 14명에게 전세금 총 10억원을 착복한 것으로 드러나 결국 검거됐다.
부동산 호황기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중개보조원은 2020년 3분기 9692명에서 그해 4분기 1만99명, 2021년 1분기 1만637명, 2021년 2분기 1만956명으로 늘었다.
공인중개사법 상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를 보조하는 사람으로 보통 고객을 매물 현장으로 안내하는 등 공인중개사 업무를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별다른 자격증이 없어도 4시간 직무교육만 이수할 수 있다보니 법률상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계약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
공인중개사와 공인중개사협회는 중개보조원의 불법행위에 대해 연대배상 책임이 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은 편의상 중개보조원에게 계약서 작성 등 권한 외의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개보조원들은 현장 안내 등 중개업무를 보조할 때 고객에게 자신이 '중개보조원'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하는 의무가 없고 수익만 보고 업소를 이직하는 중개보조원도 많아 중개 시 책임의식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늘상 제기된다. 중개보조원 수 제한도 없어 일부 공인중개사의 경우 자신의 관리능력을 고려치 않고 한 번에 수십 명씩 채용하는 경우도 많다.
중개보조원에 의한 사고 발생이 잦아지자 정부는 중개보조원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또 중개보조원 수를 중개사 수에 비례해 지정하는 방안이나, 전체 중개보조원 수가 공인중개사의 수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치권 역시 중개보조원 사고를 막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중개보조원을 중개사무소의 개업공인중개사와 소속공인중개사를 합한 수를 초과해 고용하지 못하게 하고 중개보조원은 의뢰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1년이 넘은 지금도 해당 상임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중개보조원에 의한 사고 피해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실제 계약을 체결하거나 금전이 오가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공인중개사인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향후 금전적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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